‘지방선거 민주당 양보론’ 놓고 安-朴 미묘한 신경전

입력 2014-01-21 02:32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6월 지방선거 민주당 양보론’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야권의 단일화 샅바싸움이 본격적으로 불붙고 있다. 2011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안 의원의 양보를 받았던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민에게 도움이 되는 양보라면 백번이라도 한다”며 원론적인 반응을 보였고, 민주당은 “양보할 것이 없다”고 맞받아쳤다.

안 의원은 20일 언론 인터뷰에서 서울시장 등 후보 단일화와 관련해 “서울시장과 대선에서 후보를 양보했다”며 “이번에는 우리가 양보 받을 차례”라고 밝혔다. 안 의원은 새정치추진위원회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 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에 더는 양보할 의사가 없으며, 정치 도의상 민주당이 이번엔 양보하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박 시장은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시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제가 백번이라도 양보해야 되고, 기존에 정치적인 어떤 시각과는 다른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답변했다. 박 시장이 양보라는 말을 입에 올리기는 했지만 안 의원에게 진 빚이 있어서 그럴 뿐 실제로 양보하겠다는 뜻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박 시장 측 핵심 관계자도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주 원론적인 이야기”라며 “누가 시민을 위한 후보인가를 강조하는 차원에서 나온 말이지 정치공학적, 사적으로 양보한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고 강조했다. 재선 의지가 강한 박 시장은 최근 안 의원에 적극 구애를 펼쳐 왔지만 안 의원 측과 정면 승부가 불가피한 상황이 되고 있다.

박 시장이 ‘시민의 뜻’에 따라 양보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은 자신의 견고한 지지율에 대한 자신감으로도 풀이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시장은 양자 구도일 경우 여권 후보에게 앞서고 있다.

민주당은 안 의원의 양보론에 대해 “말도 안 된다”“너무 나갔다”는 분위기다. 김한길 대표는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양보할 것은 없지만 더 좋은 후보를 내 새누리당 후보를 이겨야 한다는 뜻 아니냐”고 반문했다. 박지원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안 의원이 서울시장을 하고 싶으면 박 시장한테 양보하라고 할 순 있다”며 “당 대 당으로 (양보든 단일화든)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이것만 봐도 정치감각이 없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어 “편한 서울 노원에서 배지를 달고, 야권이 이기는 호남에서 먹겠다고 하니 당선만 찾아다니는 구정치”라며 “친노계가 무섭다고 새누리당이라는 63빌딩 앞에 구멍가게를 차리면 되겠느냐. 빨리 (민주당에) 들어와야 한다”고 압박했다.

엄기영 김아진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