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AI 감염 파장] 기존 차단방역으로는 역부족… 방역방식 재검토 필요
입력 2014-01-21 01:34
정부가 조류인플루엔자(AI)의 발병원인을 철새인 가창오리로 지목하면서 기존 방역대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 확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발병 농장과 그 주변을 차단하는 기존의 방식으로는 AI 확산을 저지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철새 떼의 이동경로에 따라 방역망을 구축하는 새로운 대책을 발표했지만 실효성엔 의문이 제기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일 전국 철새도래지 37곳과 주변 농가를 대상으로 예찰과 방역활동을 강화하도록 전국 지자체와 농협 공동방제단, 가축위생방역본부에 지시했다. 당초 1∼2월 중 1만건가량 시행할 예정이던 야생조류 분변 수거 검사를 1만7000건가량으로 늘리기로 했다. 월동지 방역뿐 아니라 철새의 이동경로를 파악해 이동경로 상에 있는 농가의 방역 조치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이번 AI의 원인으로 파악된 가창오리떼가 2월 이후 북상할 것으로 관측됨에 따라 주요 경유지를 선제적으로 방역할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주요 철새도래지뿐 아니라 잠깐 거쳤다 간 곳까지 소독하고 북상하는 철새가 쉬었다 가는 포인트까지도 예찰과 방역을 강화해 AI 확산을 저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수많은 종류의 철새 이동경로와 중간 쉼터까지 파악할 인력과 예산을 갖추지 못했다. 환경부는 이날 부랴부랴 가창오리의 정확한 이동 경로를 파악하고자 위성항법장치(GPS)를 부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거 AI 감염사례에 비춰보면 정부 못지않게 축산 농가의 책임도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010∼2011년 발병한 고병원성 AI의 역학조사에서 정부는 “농장 인근에 서식하는 감염된 철새 등 야생조류의 분변에 오염된 사람 또는 차량이 농장을 방문하면서 바이러스가 유입됐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오염농장을 출입한 사료·왕겨 차량에 의한 전파 및 오염 농장을 방문한 인적·물적 이동에 의해 전파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했다. 철새에 의한 직접적 감염은 닭·오리를 풀어놓는 극히 일부의 방사 농장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으로 추측했다. 바이러스는 철새가 가져왔더라도 이를 농장 안으로 끌어들인 것은 사람이라는 결론이다.
개별 농장에 외부 인원과 물자가 드나들 때 소독을 철저히 하고 축산 관계자들이 철새 분변에 오염될 가능성을 회피하기 위해 장화 갈아 신기 등 기초적인 노력만 제대로 했다면 상당수는 감염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