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AI 감염 파장] 전국 37곳서 겨울나기… 이동 범위 워낙 넓어 대책 막막
입력 2014-01-21 01:34
사육 오리에 이어 철새인 가창오리도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20일 밝혀져 전국 주요 철새 도래지에 비상이 걸렸다.
전국의 주요 철새 도래지는 14개 시·도 37곳에 이른다. 서울 한강하구를 비롯해 강화도, 강원도 철원 등이 있다.
전남에는 해남고천암, 주암댐, 순천만, 영산강, 영암호 등이 있고, 충남에는 금강하구, 천수만, 풍서천, 예산충의대교 등에 철새가 날아오고 있다. 경남에선 주남저수지, 창녕우포 등이 유명 철새도래지다.
AI 발병지인 전북에는 금강하구둑과 새만금방조제, 고창 동림저수지 등 3곳이 있다. 전북을 찾는 철새는 군산 새만금방조제와 부안군 줄포면을 거쳐 동림저수지로 향한다.
AI에 감염된 가창오리가 집단 폐사한 채 발견된 동림저수지는 농업용 저수지로 현재 큰고니, 작은고니 등 10여만 마리의 철새가 운집한다. 올해는 개체수가 더 늘어났다. 이번 겨울에 이 지역의 날씨가 포근한데다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아 주변 들판과 호수 등지에서 먹이와 물을 찾기가 쉽기 때문으로 전문가는 분석했다. 차량이 많이 다니는 금강하구둑 등에 비해 소음이 없어 겨울철새의 보금자리로 안성맞춤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창오리는 러시아 레나강에서 시베리아 동부 등에 분포하며 전 세계 가창오리의 90% 이상이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난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가창오리 20여만 마리가 영암호에 들어왔으며 12월부터는 동림저수지와 금강호에 머무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동림저수지의 가창오리들이 다음 달 말까지 동림저수지와 금강호에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겨울 철새는 여름철 시베리아 등지에서 번식을 한 후 추위를 피해 늦가을부터 초겨울에 남하한다. 대개 11월부터 한반도로 남하하면서 물과 먹이가 있는 해안선이나 주요 저수지를 찾아 이동한다. 충남에서 전북도 내로 들어온 철새들은 전남 해남, 경남 창원의 주남저수지까지 내려간다.
야생 철새는 비행 도중 아무 곳에나 분비물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AI가 전국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환경부는 가창오리의 정확한 이동 경로를 파악하고자 GPS 장치를 부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I가 발생한 고창 씨오리 농장과 부안 육용오리 농장이 모두 군산 하구둑∼부안 줄포만∼고창 동림저수지 등으로 이어지는 전북도 내 겨울 철새의 주요 비행경로에 들어 있다.
현재 가창오리 이동경로에 있는 군산, 고창, 부안 등의 지역에는 닭 140여 농가(738만여 마리), 오리 180여 농가(152만여 마리)가 밀집돼 있다. 특히 동림저수지가 있는 고창군과 인근 부안군에는 오리와 닭을 기르는 대규모 농가가 많다. 동림저수지를 주 본거지로 해서 날씨 변화에 따라 철새들이 북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농가에 피해를 줄 우려가 있다.
가창오리가 우리나라까지 올 때는 약 670㎞를 쉬지 않고 비행하지만 북상할 때는 중간 경유지를 거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월 이후 북상할 때도 새만금이나 금강호를 통해 북상하거나 삽교호를 잠시 거쳐 러시아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과거 4차례 발생한 AI 중 가장 큰 피해를 낸 2008년 AI는 봄철에 발생했는데 철새가 북상하면서 AI 바이러스를 퍼뜨린 것으로 밝혀졌다.
고창=김용권 기자, 전국종합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