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면부지 대학생에 골수 기증한 윤희건 순경 “백혈병으로 세상 떠난 친구 생각에…”
입력 2014-01-21 01:33
“대단한 일을 한 것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에게 새 삶을 줄 수 있어 뿌듯합니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대학생을 위해 골수이식 수술을 받기로 한 경찰관 얘기가 훈훈함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서울 마포경찰서 홍익지구대 윤희건(29) 순경. 그는 지난 15일 가톨릭대 가톨릭조혈모세포은행에서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윤 순경의 조혈모세포(골수)가 급성 백혈병을 앓는 20대 대학생과 99% 일치한다는 내용이었다. 윤 순경은 2006년 군복무를 하면서 골수 기증 신청서를 작성했고 8년 만에 이식 가능 환자를 찾은 것이다.
그가 주저 없이 골수 이식을 마음먹은 이유는 친구를 저세상으로 떠나보내야 했던 아픈 기억 때문이다. 윤 순경은 “고교 때 가장 친했던 친구가 급성 백혈병에 걸려 1년도 안 돼 생을 마감했다. 꿈도 제대로 펼치지 못한 채 세상을 뜬 친구 생각이 나서 골수 기증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저는 수술을 하면 며칠 아프고 말겠지만, 하루하루 고통 속에서 병마와 싸울 환자를 생각하니 수술에 대한 두려움도 금방 사라지더라”며 웃었다.
그의 사연은 동료 경찰관이 서울경찰청 내부 포털 게시판에 올리면서 알려졌다. 골수 이식 수술 예정일은 다음달 17일이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