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강해진 알카에다… 지구촌 곳곳 연계조직 운영
입력 2014-01-21 02:31
2001년 9·11 테러를 벌인 이슬람 무장단체 알카에다가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 사망 후에도 와해되지 않고 아프리카와 중동 각지에서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대기업이 자영업자에게 가맹점을 내주듯 현지 무장단체와 손잡고 연계조직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리비아에서 19일(현지시간) 발생한 한석우(39) 코트라 트리폴리 무역관장 납치 사건도 알카에다 추종 세력의 소행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자 아시아판에서 알카에다가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나라에서 활동 중이라고 전했다. 빈 라덴은 2011년 5월 파키스탄 수도 아보타바드의 은신처에서 미군에 사살됐지만 조직은 오히려 활동 범위를 넓혀왔다. 2012년 말리 수도 바마코를 장악했고 지난해 시리아에선 반군을 지원하며 내전에 계속 기름을 부었다. 올해 들어서는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70㎞ 떨어진 팔루자를 장악해 지금까지 통제하고 있다. 팔루자는 과거 알카에다의 거점이다.
과거 알카에다는 상부 지시 위주로 움직였다. 빈 라덴이 사라진 지금은 각지 이슬람 무장단체가 알카에다 지부 노릇을 하며 지역 상황에 맞춰 자율적으로 움직인다. 중앙통제식에서 지역별 맞춤식으로 전략이 바뀐 것이다.
실제로 최근 테러 사건에서 알카에다 중앙조직이 전면에 등장하는 일은 많지 않다. 대부분 연계 조직이다. 팔루자를 점령한 이라크·알샴 이슬람국가(ISIS)와 지난해 1월 알제리 가스공장에서 인질극을 벌인 복면여단을 비롯해 알샤바브, 보코하람 등이 대표적이다.
소말리아에 근거지를 둔 알샤바브는 지난해 9월 케냐 나이로비에서 벌어진 대형 쇼핑몰 테러 사건의 주범이다. ‘서양식 교육은 신성모독’이란 뜻을 가진 보코하람은 나이지리아를 중심으로 테러를 벌이고 있다.
알카에다 연계단체 중에는 아프리카 북서부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마그레브 알카에다(AQIM)나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AQAP)처럼 조직 이름에 ‘알카에다’를 넣는 조직도 있다.
범(汎)알카에다가 최근 수개월간 주도권을 잡은 지역은 아프리카와 중동 전역을 아우른다. 아프리카에서는 알제리·리비아·말리·나이지리아·니제르·모리타니공화국 등 북서부와 소말리아·케냐 등 ‘아프리카의 뿔’로 불리는 북동부 지역이 알카에다의 활동 영역이다.
중동에서는 시리아·예멘·이라크·사우디아라비아 등 동지중해 연안인 레반트 전역에서 세력을 키우고 있다.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은 기업으로 치면 본사 격인 알카에다 중앙조직이 직접 활동하는 지역이다. FT는 이런 알카에다 조직을 머리가 9개 달린 뱀 ‘히드라’에 빗댔다.
이들은 주로 정치·종교·종족 갈등으로 정국이 불안한 나라를 표적으로 삼는다. 과도정부 체제인 이집트와 리비아, 내전이 수년째 이어지는 시리아 등이 그런 경우다. 이집트에선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지지세력으로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는 무슬림형제단이 알카에다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이집트 정부는 최근 무슬림형제단을 테러 조직으로 지정했다.
직영이 아닌 위탁식으로 운영되다 보니 통제가 제대로 안 되는 측면도 있다. 지난달 5일 예멘 수도 사나의 국방부 테러 과정에서 구내 병원을 공격했던 AQAP는 이를 실수라며 사과하고 위자료 지급 계획을 밝혔다. 당시 최소 52명이 숨졌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