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총리와 나’ ‘미스코리아’ 나란히 꼴찌… SM의 이유 있는 드라마 잔혹사
입력 2014-01-20 17:30
SM엔터테인먼트의 신인 그룹 엑소(EXO)가 지난해 말 정규 1집 앨범 ‘엑소엑소(XO XO)’를 100만장 넘게 팔아치우며 밀리언셀러 그룹으로 등극했습니다. 2001년 김건모(7집)와 god(4집) 이후 12년 만입니다. 거대 기획사인 SM의 치밀한 기획력과 노하우가 만든 성과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천하의 SM도 고전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드라마 제작입니다.
SM의 자회사인 SM C&C는 2009년 ‘맨땅에 헤딩’으로 드라마 제작에 나섰습니다. ‘파라다이스 목장’(2011) ‘아름다운 그대에게’ (2012) 등으로 이어졌지요. 예능에도 손을 뻗쳤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둘 다 처참했습니다.
SM C&C는 지난해 야심차게 네덜란드 인기 다이빙 예능 ‘스플래시(Splash!)’의 제작 판권을 수입해 ‘스타 다이빙 쇼 스플래시’로 지상파 예능 점령을 선언했죠. 그러나 ‘스플래시’에 출연했던 개그맨 이봉원이 연습 중 다치면서 프로그램이 전격 폐지됐습니다. 원작 프로그램이 익사 사고자를 냈던 적이 있었음을 감안하면 사전 기획력 부족이 가져온 결과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드라마들은 평균시청률 5∼8%(닐슨코리아 기준)대를 맴돌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SM C&C는 지난해 말 다시 드라마 제작에 나섰습니다. KBS2 ‘총리와 나’(사진)와 MBC ‘미스코리아’입니다.
‘총리와 나’의 평균 시청률은 6.5%, ‘미스코리아’는 7.1%입니다. 두 드라마 모두 동시간대 ‘꼴찌’입니다. ‘엔터테인먼트 강자’ SM이 이렇듯 고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SM 소속 가수인 슈퍼주니어 김희철은 지난해 10월 한 방송에서 “나는 절대 SM 제작 드라마는 안 한다”고 말했습니다. 요지는 간단합니다.
“SM에서는 소속 연예인을 자사 제작 드라마에 출연시키면 잘될 거라 생각한다. 근데 이게 되겠느냐”는 겁니다.
‘파라다이스 목장’. 동방신기 최강창민(본명 심창민)과 이연희가 출연했습니다. ‘아름다운 그대에게’에는 샤이니 민호와 에프엑스 설리가 주연을 맡았죠.
좋은 말로 ‘스타 마케팅’이지만 ‘소속 가수 배우 만들기’ 아닙니까. 물론 이연희는 예외이고요. ‘총리와 나’와 ‘미스코리아’의 주인공은 이연희와 소녀시대 윤아입니다. 이 작품에선 연기력이 검증된 배우 이범수와 이선균이 남자주인공을 맡았지만 성과는 좋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인데도 SM은 끝없이 드라마를 제작하고, 지상파 방송사는 이를 계속 편성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류 스타들이 전면에 나서니 어쨌든 해외에는 작품이 잘 팔립니다. 방송사로서는 판권 수익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더불어 거대 기획사와의 원만한 관계 유지라는 목적도 있겠죠. 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설득력이 부족한 출연진이 나오는 드라마를 편성하는 방송국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드라마 프로모션을 가수처럼 해서 되겠냐.” 김희철의 말입니다. 한류 스타가 나온다고 해서 드라마를 시청하는 시대는 갔습니다. 명품 드라마에 필요한 것은 생생한 캐릭터와 대본, 연기력이지 스타가 아닙니다.
이은지 기자 rickonb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