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 환경’ 닮은 스위스 앞서 나간 배경은… 졸업장 필요없는 열린 문화가 경쟁력

입력 2014-01-21 02:33


우리나라와 스위스는 좁은 국토, 빈약한 천연자원 등 ‘선천적 환경’이 많이 닮았다. 우리 국토 면적은 세계 109위이고 스위스는 136위다. 스위스의 경우 산악 비율이 세계 1위이고 전체 인구 799만명 가운데 35%가 산악 지역에 거주한다. 우리도 산악 비율이 세계 4위다.

그런데 두 나라가 이룬 성과를 보면 너무 다르다. 스위스는 세계경제포럼(WEF)이 평가하는 국가경쟁력에서 지난해까지 5년째 1위다. 우리는 25위에 불과하다. 1인당 국민소득은 스위스가 7만8754달러(2012년 기준)로 우리나라의 3.3배에 이른다.

비슷한 처지에서 출발했는데 엄청난 격차가 벌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0일 스위스의 경쟁력이 실사구시의 청년 직업교육, 백락일고(伯樂一顧·재주 있는 사람도 알아보는 사람을 만나야 빛을 발한다)의 개방적 사회문화에서 나온다고 밝혔다.

우선 스위스는 대학진학률이 29%에 불과하지만 청년실업률은 7.0%에 그친다. 청년실업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저 수준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대학진학률이 71.3%에 이르지만 청년실업률은 9.3%나 된다.

이런 배경에는 스위스의 ‘실업학교 교육 프로그램(VET)’이 있다. VET에 참여하는 학생은 학교에서 시간제 수업을 듣고 매주 1∼3일 기업현장에서 실질 업무를 수행한다. 현재 5만8000여개 기업이 제공한 8만여개 견습코스에서 기술을 배우고 있다. 대학 졸업장이 없는 VET 이수자에게 차별은 없다. 높은 직책에 오르지 못하도록 막는 ‘유리천장’도 없다.

여기에다 스위스는 외국의 우수 인재가 모이는 곳이다. 지난해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두뇌유출지수(Brain Drain) 평가에서 스위스는 인재가 유출되지 않은 나라 상위 2위를 차지했다. 인재가 한번 스위스에 오면 좀처럼 떠나지 않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37위로 최하위권이다.

스위스 대학의 박사과정 60∼70%는 외국인이다. 100대 기업 최고위직 중 45%도 외국인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탁월한 대외개방성을 바탕으로 스위스는 국제기구뿐만 아니라 글로벌기업 본사, 유럽지역 본사를 계속 유치해 일자리 창출, 세수 확보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