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여성 쉼터 ‘내일의 집’ 자활사례집 ‘새로운 봄날을 꿈꾸며’ 발간

입력 2014-01-20 17:40 수정 2014-01-21 01:36


아픔과 자활의 기록, 위기여성들에 용기 북돋아

50대 중반의 송은총(가명·여)씨는 딸이 귀한 집안에서 태어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랐다. 등하굣길에는 항상 할아버지의 배웅과 마중을 받았고, 성탄절마다 가족이 모여 연극을 하며 보냈다. 하지만 남편을 만나면서부터 불행이 찾아왔다. 결혼 전에는 세상을 다 줄 것처럼 굴던 남편은 첫 아이가 태어나자 음주에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 사업도 수차례 부도를 내 송씨는 물론 자녀들도 신용불량자가 됐다. 세상이 푹 꺼진 것만 같은 절망이 찾아왔다.

남편을 피해 도망치며 살던 2006년 노숙인 여성과 위기여성을 위한 쉼터를 찾았다. 알거지가 됐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자신만 보고 따라온 세 자녀를 생각해 입주를 결심했다. 처음에는 단체생활과 교회출석 등 모든 것이 불편했지만, 함께 생활하는 여성들로부터 많은 위로를 받았다. 남편에 대한 공포에서도 차츰 벗어났다. 공공근로와 식당 일 등을 통해 자활을 시작했고, 이제는 식당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며 자립하는 데 성공했다. 큰딸과 아들은 해외에서 일하며, 막내딸은 신학교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송씨의 자활사연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홈리스대책위원회의 후원으로 올해 초 위기여성 쉼터 ‘내일의 집’이 발간한 자활사례집 ‘새로운 봄날을 꿈꾸며(사진)’의 한 부분이다. 사례집에는 송씨처럼 경제난이나 배우자의 폭력, 협박과 위협 등을 피해 집을 나올 수밖에 없었던 여성 14명의 자활사례가 실려 있다. 다소 투박하고 조금은 덜 세련된 글이지만, 14명 모두 자신이 겪은 아픔과 자활을 위한 노력과 의지 등을 진솔하게 풀어냈다.

자활사례집은 현재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다른 위기여성들에게도 큰 위로와 용기가 되고 있다. 어려운 가정환경에 병까지 갖게 돼 쉼터에서 생활하고 있는 김모(26·여)씨는 “아픔과 공포를 극복해 낸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저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우선 건강부터 챙기고 취업 준비를 해야 겠다”고 말했다. 가정폭력으로 인해 쉼터로 피신한 오모(62·여)씨도 “위기를 극복하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하루빨리 독립해 다른 사람들의 귀감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내일의 집 원장 정태효 목사는 “누구나 갖고 있는 따뜻한 과거의 기억들은 어려운 환경의 여성들이 위기를 벗어나는 데 큰 힘이 된다”면서 “위기여성들이 서로에게 동기부여가 됐으면 하는 마음에 책을 출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초 2000부를 인쇄하려 했지만, 예산 부족으로 500부만 먼저 냈다”면서 “후원을 더 받아 전국 교회 및 위기여성 시설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