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라 트리폴리 무역관장 피랍] 리비아 현지 정세 어떻길래… 1700여 무장단체 서로 총부리
입력 2014-01-21 01:35 수정 2014-01-21 15:35
리비아는 통제가 불가능한 혼돈의 상태를 겪고 있다. 한석우 코트라 트리폴리 무역관장이 피랍되기 전날인 18일(현지시간)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될 정도다.
2011년 10월 무아마르 카다피 전 국가원수가 물러난 뒤 ‘아랍의 봄’이 오는 듯했지만 과도정부가 리비아 장악에 실패하면서 현재 1700개가 넘는 무장단체가 난립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각종 이권을 놓고 서로 총을 겨누는 유혈사태가 잇따르면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동부 지역에선 일부 무장단체가 유전과 항구를 점령하고 정부와 교전을 벌이고 있다. 자치정부를 세울 정도로 규모가 커진 단체도 있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최근 리비아를 “무장단체의 천국”이라고 지적했다.
무장단체는 카다피를 축출했던 반군, 친(親)카다피 세력, 내전 기간 풀려난 죄수, 알카에다 연계 이슬람 세력 등으로 구성돼 있다. 과도정부는 정규 병력이 부족해 옛 반군세력에게 지역 치안을 위탁한 채 수수방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알리 제이단 과도정부 총리가 무장단체에 억류됐다가 몇 시간 만에 풀려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18일엔 친카다피 무장단체가 남부 세브하 인근 정부 공군기지를 점거했다.
외국인에 대한 테러나 납치도 빈번하다. 한 이슬람 무장단체는 2012년 9월 리비아 동부 벵가지 주재 미국 영사관을 공격해 미국 대사 등 미국인 4명을 살해했다. 다른 리비아 주재 외국 공관들도 대부분 무장단체의 공격을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교민이 납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외교 당국은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강도 사건이 지난해 10여 차례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 관장이 납치되기 이틀 전에도 이탈리아인 2명이 동부 데르나 근교에서 복면을 쓴 무장세력에게 피랍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AFP에 따르면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카다피 지지자들이 수도 트리폴리 서쪽 지역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일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정국이 술렁이고 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