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흥우] 갈라진 우애

입력 2014-01-21 01:37

나이키와 함께 세계 스포츠용품 시장을 삼분하고 있는 아디다스와 푸마는 원래 한 회사였다. 형 루돌프 다슬러와 동생 아돌프 다슬러가 1920년 20㎡ 남짓한 어머니 세탁실에 차린 ‘다슬러 형제 신발공장’이 시초다. 이 공장에서 만든 스포츠화를 착용한 선수가 1928년 암스테르담 올림픽 여자 800m 달리기에서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하면서 다슬러 스포츠화는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어 로스앤젤레스, 베를린, 런던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유명 선수들이 다슬러 스포츠화를 신고 잇따라 뛰어난 성적을 거두자 형제는 큰돈을 번다. 이게 화근이었다. 화목했던 형제는 회사를 차지하기 위해 경영권 다툼을 벌였고, 루돌프가 푸마를 설립하고 회사를 떠나면서 형제는 다른 길을 걷는다.

릴라이언스그룹은 타타그룹과 인도 재계 서열 1, 2위를 다투는 재벌이다. 이 그룹은 지난 몇 년간 창업주 아들들의 재산 싸움으로 바람 잘 날 없었다. 아버지가 2002년 유언 없이 사망하자 형 무케시 암바니와 동생 아닐 암바니의 유산 분쟁이 일었다. 어머니의 중재로 형은 석유·가스·석유화학을, 동생은 전력·통신·금융을 갖는 것으로 교통정리가 됐으나 형제의 욕심은 그칠 줄 몰랐다.

두 사람 모두 세계 50위 안에 드는 어마어마한 부자였음에도 이들은 더 많은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소송으로 세월을 보냈다. 이 와중에 아닐의 출근용 헬리콥터를 추락시키려던 음모가 적발돼 인도 전역이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그래도 피는 물보다 진한 모양이다. 앙숙이던 형제는 2011년 아버지 추모 행사를 함께 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2억2000만 달러 규모의 공동 사업을 벌이기로 계약을 맺었다. 과거를 씻고 서로가 윈윈하는 화해를 선택한 것이다.

삼성, 현대, 한진, 두산, 금호아시아나 등 우리나라엔 총수 형제들 간에 재산 다툼이 진행 중이거나 분쟁을 겪은 그룹이 유독 많다. 현재진행형인 재산 싸움은 유치하게 보이기도 한다.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재벌 총수 형제들이 노골적으로 대거리하는 모습은 국민들 보기에도 좋지 않다.

화해를 바라는 혐의 육성이 공개됐다. “동생이 먼저 머리 숙이고 사과하면 형도 잘못이 많다며 넘어갈 수 있다”는 취지다. 유산 분쟁이 자존심 싸움으로 바뀌어가는 양상이다. 오래 끌어 좋을 게 없는 싸움이다. 이미 법원도 화해를 권고한 마당이다. 우애는 돈보다 귀하다.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