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노트] (3) 스웨터, 겨울의 꽃
입력 2014-01-21 01:37
이것은 상반신 보호 및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어부와 선원들의 작업복으로 애용된 이것은 스코틀랜드 해안지방의 아내들이 남편들을 위해 밧줄이나 닻 등의 무늬를 넣어 짠 데서 비롯되었다. 성심을 다해 무늬를 넣어 짠 이유인즉 육지로 쓸려 내려온 사체를 식별해내기 위해 가가호호 독창적인 밧줄무늬 뜨기를 하였다는 설이 있다. 이것은 1920년대 영국의 윈저 공이 골프복으로 착용하면서부터 상류층과 아이비리그 선수들에 의해 운동복으로 각광받기 시작해 오늘날의 생활 의복으로 안착했다. 풀오버라고도 불리는 이것, 이름하여 스웨터는 몸을 위한 난방이자 변치 않는 멋의 지존이다.
스웨터는 인간적이다. 살갗과 소통하는 털실 뭉치에 응집되는 온기는 애틋함을 부른다. 차창을 꿰뚫고 쏟아지는 겨울 햇빛과 맞닿은 기분이다. 또 하나 의외로 놀라운 점은 섹시하다는 것이다.
낙낙한 브이넥 라인 스웨터 위에서 반짝이는 한 줄의 목걸이, 달랑거리는 펜던트는 여성미를 강조한다. 핑크와 꽃무늬만 여성스러운 것이 아니다. 스웨터는 소위 촌스럽다고 치부되는 색상까지 흡수한다. 한마디로 알록달록해도 용서되는 옷이다. 스웨터는 요긴한 여행품목이기도 하다. 때론 이불 조각이 되어주는가 하면 때론 목도리를 대신하는 기능으로 목을 감싸준다. 다양한 옷과 호흡하는 스웨터의 사교적 자질은 알아줄 만하다. 스웨터를 맵시 있게 입으려면 왼쪽 가슴 언저리에 브로치를 달아 장식성을 부여하면 느낌이 색다르다. 한마디로 스웨터는 겨울의 꽃이다.
김은정(패션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