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나승렬] 겨울 무는 다이어트 건강 먹거리

입력 2014-01-21 01:32


우리나라에서 제일 따뜻한 제주도에서는 요즘 겨울 무 수확이 한창이다. 제주도는 우리나라 겨울 무 생산량(평균 24만t 수준)의 약 90% 이상을 생산하는데, 지난해 9월쯤 밭에 뿌린 씨가 자라 지금 수확하는 것이다.

올해는 태풍 피해도 없고 날씨도 좋아 겨울 무 생육이 다른 해보다 아주 좋다. 그러다 보니 가격이 크게 떨어져 농민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그래서 정부와 농협은 무 가격 안정을 위해 자율 출하 감축과 시장격리 노력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한편 무 가격 하락으로 소비자들의 후생은 커진다.

무는 본래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이고 우리나라에는 삼국시대에 중국을 통해 들어와 고려시대부터 재배하기 시작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무는 배추와 더불어 우리나라 국민이 김치 등으로 즐겨 먹는 먹거리로 쓰임새가 무척 많다. 특히 겨울 무는 과일 못지않게 수분이 많고 당도가 높으며 부위별로 그 맛과 효능이 다양해 ‘동삼(冬蔘)’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먼저 무에는 ‘디아스타제’ 등 소화효소가 많이 들어 있어 천연 소화제로서 손색이 없다. ‘본초강목’ 등에는 ‘무가 우리 몸의 소화를 도와준다’고 하였다. 과거 어르신들이 속이 더부룩하고 불편할 때 시원한 동치미 한 사발을 드셨던 이유도 무의 소화기능 때문이었을 것이다.

조선 숙종 때 실학자인 홍만선의 ‘산림경제’에 의하면 무를 이른 아침에 불에 구워 먹으면 배고프거나 춥지 않았다고 한다. 포만감을 얻기 위해 무를 밥 대용식으로 먹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먹거리가 넘치는 현대인들, 특히 여성들에게는 무가 다이어트로 제격이 아니겠는가.

‘본초강목’의 저자 이시진은 ‘무는 적체(積滯)를 소화시키며 주독(酒毒)을 풀어주고 어혈을 없애는 데 매우 효과가 좋다’고 하였다. 바로 무의 해독작용을 말한 것이다.

무를 먹어보면 겨자 못지않게 매콤한 경우가 있다. 알싸하고 매콤한 맛의 성분은 배추과 작물에 함유된 ‘글루코시놀레이트’ 때문인데 항산화 작용을 하여 몸이 산화되어 노화되는 것을 방지하고, 활성산소를 제거하여 대사량을 늘려 살이 안 찌는 체질로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무의 셀레늄 성분은 수은, 카드뮴, 비소 같은 대표 발암물질의 독성을 중화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무에 들어 있는 섬유소는 강한 항암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렇게 다양한 효능이 있는 무는 우리 가족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겨울철 필수 먹거리가 아닌가 싶다.

우리가 지금 접할 수 있는 겨울 무는 기상 여건이 좋아 생산량이 늘면서 평소보다 저렴한 가격인 1개(1.5㎏) 1000원 정도에 살 수 있다.

사랑하는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면서 겨울 진미로 제격인 시원한 소고기무국, 무굴국, 무굴밥, 무생채, 무지짐, 무새싹보쌈, 닭가슴살무쌈, 무달걀조림, 생선무조림을 식탁에 올려보자. 또 담백한 무죽이나 무감자수프를 만들어 먹어도 좋다.

‘동삼(冬蔘)’이라 불리는 겨울 무를 이용해 앞에서 자세히 소개한대로 다채로운 요리로 식탁을 꾸려보면 더욱 더 행복하고 따사로운 겨울 식탁이 되지 않을가 싶다.

우리 소비자들의 이런 스마트한 행동은 최근 무 가격 하락으로 힘든 농민들의 주름살을 펴는 데도 도움이 되고 나아가 생산자 농민과 소비자 사이에 사랑 넘치는 상생 협력의 아름다운 성공 사례가 될 것이다.

나승렬 농협중앙회 산지유통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