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형 칼럼] 변호인
입력 2014-01-21 01:35
영화 ‘변호인’이 19일에 누적관객 1000만명을 넘어섰다. 개봉 33일째다. 이로써 변호인은 국내에서 개봉된 영화 가운데 열 번째 1000만 돌파 영화가 됐다. 속도면에서는 10개 영화 중 가장 빠르기 때문에 조만간 새로운 기록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하긴 우리집 다섯 식구가 모두 이 영화를 관람했고 둘째아들은 두 번 보았다. 두 번 이상 본 사람도 적지 않다는 소식이다.
변호인의 흥행 요소에 관해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와 더불어 ‘안녕하지 못한’ 이 시대 사람들의 정서를 적절히 반영했다는 주장 등 여러 분석이 있다. 국가란 이름으로 개인의 권리를 짓밟은 정권과 그 폭력에 대한 저항의 이야기는 비단 어제의 문제만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재현되고 있다는 점에서 영화는 충분히 시의성이 있다.
영화 ‘변호인’의 영문 타이틀은 ‘The Attorney’다. 변호사란 이름으로 쓰이는 또 다른 영어로는 ‘애드보킷(Advocate)’이 있다. 옹호자, 지지자, 변호인이란 뜻이다. 법정 드라마와 영화가 많은 미국에서는 종종 이 타이틀이 붙은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1997년에 키아누 리브스와 알 파치노가 출연한 ‘데블스 애드보킷’(Devil’s Advocate·악마의 변호인)이 개봉되기도 했다.
성경에서도 이 ‘Advocate’이란 단어가 등장한다. “나의 자녀들아 내가 이것을 너희에게 씀은 너희로 죄를 범하지 않게 하려 함이라 만일 누가 죄를 범하여도 아버지 앞에서 우리에게 대언자가 있으니 곧 의로우신 예수 그리스도시라.”(요일 2:1) 여기서 ‘대언자’는 영어 성경 ‘Advocate’을 번역한 것이다. 요엘서 3장 14절에 보면 ‘심판(판결)의 골짜기’에 수많은 무리가 모이며 그 판결의 골짜기에서 주께서 심판하실 날이 가까이 왔다는 말이 나온다. 우리 모두 정해진 기간이 지나면 판결의 골짜기에 서게 된다. 거기서 우리를 기다리는 심판관을 만나게 된다. 그 순간, 우리의 모든 인생이 결정된다.
영화 ‘변호인’에서 국밥집 아들인 진우(임시완 분)는 두려움에 떨며 법정에 선다. 그를 변호하며, 도우며, 무죄임을 증명할 사람은 오직 송우석 변호사(송강호 분)뿐이다. 자기를 던지며, 모든 희생을 치러낼 것을 결심한 ‘송변’으로 인해 진우는 점차 두려움을 이기게 된다. 판결의 골짜기 앞에서 모든 인류는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다. 엄정한 대심판관의 판결은 추상과 같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그러나 이때, 그 심판관 우편에 우리의 변호인(Advocate)이 되시는 주 예수 그리스도가 앉아 계신다. 우리가 담대히 판결의 골짜기를 지나 하나님 보좌에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근거는 위대한 변호인 되시는 주 예수 그리스도의 도우심 때문이다.
우리의 변호인은 지상에 있는 동안에는 하나님을 대신하셨다. 그리고 지금은 천국에서 자신을 따르는 자들을 대표하고 계신다. 지상에선 아버지 하나님의 뜻을 대변하셨고, 하늘에서는 인간을 변호하신다. 완벽한 변호인이다. 위대한 변호인은 우리의 품질을 보고 판단하지 않으신다. 불량품이기에 심판석 아래에서 떨고 있는 죄인들에게 “너는 품질과 상관없이 받아들여졌느니라. 오직 내 사랑 안에 거하라”고 말씀하신다. 우리에겐 ‘송변’과는 상대되지 않는 엄청난 변호인이 계신다. 그것이 부조리하며 불확실한 시대를 사는 우리의 유일한 소망이다.
국민일보 기독교연구소 소장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