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온몸의 통증 다발성경화증의 ‘공포’

입력 2014-01-20 01:38


다발성경화증은 뇌와 척수를 비롯한 온몸의 중추신경계에 뜬금없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신경통증과 마비감이 평생 동안 반복해서 나타나는 병이다. 자가 면역이상으로 면역세포가 자신의 정상 신경세포를 계속 공격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증상은 환자마다, 같은 환자라도 재발할 때마다 시각장애, 사지마비, 감각장애, 배뇨장애, 성기능장애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평생 좋아지는 듯하다 나빠지기를 거듭하는 동안 신경 손상이 축적되고, 그로 인해 중증 장애나 영구 장애를 합병해 휠체어 신세를 져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새해 ‘다발성경화증·척수염 클리닉’을 개설, 운영 중인 서울대병원 신경과 김성민 교수와 한양대병원 신경과 오기욱 교수의 도움말로 ‘천의 얼굴’ 다발성경화증을 어떻게 해야 극복할 수 있는지 알아본다.

◇국내 발생빈도와 주요 증상은?=다발성경화증은 전 세계적으로 약 250만 명이 앓고 있지만, 국내 환자 수는 1700여 명에 불과하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선 희귀난치성질환으로 분류돼 있다. 발생빈도는 인구 10만 명당 약 3.5명이다.

발병 시 한쪽 팔다리 마비, 혹은 사지 위축 및 쇠약, 감각 이상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 이 외에도 구음장애(말하기 어려운 상태), 시력저하 등이 발생할 수 있다. 기억력 등 인지기능 저하, 성격 변화, 우울증, 근육강직 등도 흔히 관찰되는 증상들이다.

그러나 첫 진단은 쉽지 않다. ‘천의 얼굴’이란 별명이 붙어있는데서 짐작할 수 있듯이 증상이 워낙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 진단을 받기까지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보자. 직장 여성 천모(28) 씨는 2년 전 일하던 중 갑자기 눈앞이 흐려지면서 한쪽 눈이 안 보여 동네 안과를 찾았으나 의사로부터 뚜렷한 원인을 알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다행히 증상은 2∼3일 후 사라졌다.

그런데 3주 뒤 갑자기 오른쪽 다리가 뻣뻣해지더니 급기야 다리를 끌고 다녀야 할 정도로 심한 마비 증세를 느꼈다. 그는 이번엔 신경외과를 찾았고, 증상은 언제 그랬던가 싶게 곧 호전됐다.

그러나 천씨는 그로부터 몇 달 후 눈과 다리는 물론 신체 곳곳이 몹시 아픈 증상을 또다시 겪게 됐다. 통증은 마치 발이 달린 듯 그의 온몸을 돌아다니며 부정기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병원을 전전하던 천씨는 최근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한 대학병원을 찾게 됐고, 거기서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 그동안 그를 그토록 괴롭힌 정체불명의 증상들이 다발성경화증이란 단 하나의 병 때문에 비롯된 것이란 진단이었다.

다발성경화증의 체크 포인트는 이처럼 이상 증상이 좋아졌다 나빠지기를 반복하는지(시간적 파종)와 통증이 온몸을 돌아다니며 다발적으로 발생하는지(공간적 파종) 여부다.

◇일상생활 중 주의할 점은?=다발성 경화증이 자가 면역이상 질환이기 때문에 치료에는 면역기능을 억제하거나 조절하는 방법이 주로 사용된다.

크게 급성기 재발의 치료, 만성 재발의 예방, 그리고 증상 완화 치료로 나뉜다. 급성기 재발의 경우 일차적으로 통증을 최대한 빨리 진정시키는데 목표를 두고 치료하는 것이 원칙이다. 대개 고용량의 스테로이드를 투여, 염증을 해소하는 소염 효과도 동시에 노린다. 그래도 계속 통증을 호소하는 중증 환자의 경우엔 몸속에 있는 염증 유발 물질을 제거하는 ‘혈장분리교환술’을 시술한다.

만성기에는 인터페론 베타, 글라티라머 아세테이트, 미토산트론, 나탈리주맙, 핀골리모드, 테리플루노마이드, 디메칠 푸마레이트(BG-12) 등의 약물을 경구용 또는 주사제 형태로 처방한다.

예방을 위해선 비타민D가 부족해지지 않도록 애쓰는 게 좋다. 혈중 비타민D 농도가 낮은 사람은 다발성 경화증에 걸릴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으며, 재발 위험도 높다는 보고가 있기 때문이다.

햇빛 자극을 받아 피부에서 비타민D가 많이 합성되도록 다발성경화증 환자들에게 적절한 야외활동을 권하기도 한다.

적절한 운동도 필요하다. 위축된 근신경계의 기능을 호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단 피로를 느낄 때는 무리하지 말고 쉬도록 한다. 과도한 사우나와 온탕 목욕도 삼가야 한다. 염증 반응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