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 주목해야 할 해외 스타] (1) 남 쇼트트랙 빅토르 안(러시아)

입력 2014-01-20 01:38

한국서 불운 겪다 러시아 귀화한 ‘쇼트트랙 황제’

소치올림픽이 18일 앞으로 다가왔다. 소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한국 선수들을 보는 즐거움이 우리에게 가장 크겠지만 올림픽은 전 세계 스타들의 경연장이다. 꿈의 스포츠 무대에서 절정의 스타들의 펼치는 화려한 플레이는 놓치기 아까운 장면들이다. 4년에 한번 최고의 순간을 위해 겨루는 세계적인 스타들의 대결은 진한 감동을 준다. 소치올림픽을 빛낼 해외 스타들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빅토르 안(28)은 아직까지 한국에선 안현수다. 그는 2011년 러시아로 귀화하기 전까지 한국에서 ‘쇼트트랙 황제’로 군림했다.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 쇼트트랙에서 금메달 3개와 동메달 1개를 따내며 한국 스포츠 사상 첫 올림픽 3관왕의 역사를 썼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세계선수권대회 5년 연속 종합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한국 빙상계의 고질적인 파벌싸움에 휘말려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은데 이어 부상 때문에 대표팀에서 탈락해 밴쿠버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이어 소속팀이던 성남시청마저 해체되는 비운을 겪어야 했다. 김기훈, 채지훈, 김동성의 뒤를 잇는 한국 쇼트트랙의 영웅은 그렇게 무너지는 듯했다. 그런데, 뜻밖에 그의 손을 잡아준 것은 러시아빙상연맹이었다. 그는 오랫동안 구애를 펼친 러시아의 품에 안겼고, 이번 소치에서 토리노올림픽 이후 8년만의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한다.

고려인 3세인 러시아의 전설적인 로커 ‘빅토르 최’에서 착안해 이름을 지은 그는 러시아빙상연맹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재활을 마치고 예전 기량을 되찾고 있다. 2012∼2013시즌 월드컵 시리즈 금메달4개와 2013년 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 2개 등으로 부활을 알린 안현수는 올 시즌 월드컵 시리즈에서는 두차례 500m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인코스, 아웃코스를 넘나드는 경기운영과 절묘한 코너링 능력이 다시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19일 독일 드레스덴에서 열린 유럽선수권대회 남자 500m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소치올림픽 예행연습을 마쳤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 기대주 신다운은 지난 15일 미디어데이에서 가장 까다로운 선수로 찰스 해믈린(캐나다)과 안현수를 꼽기도 했다. 쇼트트랙 대표팀 주장 이한빈은 “현수 형의 기량이 토리노올림픽 당시와 비슷하게 올라온 것 같다”고 평가했다.

안현수는 지난 17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소치올림픽만을 기다려왔다. 다시 큰 무대에 설 수 있어 무척 흥분된다. 빅토르 최보다 내 이름이 러시아에서 더 유명해졌으면 좋겠다”며 금메달을 향한 의지를 보였다. 러시아빙상연맹의 알렉세이 크라프초프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빅토르는 한때 ‘쇼트트랙의 신’으로 불렸던 선수”라며 “그는 이미 한국 국적을 포기한 상태여서 만약 소치올림픽 이후 은퇴를 선택한다면 러시아 대표팀의 코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믿음을 드러냈다.

부활한 그에게 러시아가 환호하는 반면 한국은 큰 부담일 수 밖에 없다. 역대 최약체로 평가받는 한국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소치올림픽에서 노골드 위기에 처해 있다. 그가 모국의 후배들을 따돌리고 소치올림픽 시상대의 가장 높은 곳에 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