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 줄고 임대료 폭등… 中 조선족교회의 ‘눈물’

입력 2014-01-19 19:01 수정 2014-01-20 01:36


중국 산둥성 A시 외곽의 한 아파트단지에는 조선족이 모이는 B교회가 있다. 3년 전 시내 한복판에서 이 아파트 지하로 예배처소를 옮겼다. 수년 전부터 조선족 성도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데 이어 임대료마저 하루가 다르게 오르면서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교회 담임인 H목사는 “교회의 젊은 일꾼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면서 “우리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조선족 교회가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조선족 교회에서 조선족들이 떠나고 있다. 젊은 조선족들의 한국행이 가장 큰 원인이다. 2008년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 때 중국에 입주한 한국 기업들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많은 조선족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한국으로 향했다. 최근 한층 완화된 방문취업비자 발급제도 역시 ‘조선족 엑소더스’를 부추기고 있다는 게 현지 교역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이 같은 현상은 통계지표로도 확인된다. 안전행정부의 ‘2013 외국인 주민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국내 조선족 수는 55만3517명으로 2008년(37만8345명)에 비해 무려 46.3% 증가했다.

지난 11∼13일 명성선교회(대표 박종보 장로) 단기선교팀을 따라 방문한 A시의 또 다른 조선족 교회. 180명에 달하던 조선족 성도들이 100명으로 감소한 상태였다. 인근의 J교회는 한족 성도 수가 조선족을 역전한 케이스다. 2∼3년 전부터 조선족이 떠난 자리를 한족이 채워왔다. 100여명의 성도 중 한족 비율이 70%를 넘어섰다.

임대료 폭등이라는 이중고를 겪는 조선족교회도 적지 않았다. 2002년 개척한 J교회는 지금까지 네 차례 예배처소를 옮긴 데 이어 내달 초 다섯 번째 이사를 앞두고 있다. 교회 주변에 상업시설과 주택지가 몰리면서 임대료가 날로 상승하고 있기 때문. 담임인 P목사는 “최근 몇 년 사이 도심지에서 외곽으로 빠져나오는 조선족 교회들이 적지 않다”면서 “성도 감소는 곧 헌금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가능한 선택은 임대료가 싼 곳으로 옮기는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성도 감소, 임대료 상승 등에 맞서 조선족 교회들도 존립을 위한 다양한 선교 전략을 편다. 선교·전도 타깃을 조선족에서 한족으로 바꾸고, 한국의 조선족 거주 지역에 분립교회를 개척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C교회는 지난해 2월 초 조선족 밀집 지역인 서울 영등포구 가마산로에 ‘D교회’를 개척했다. K목사는 “청년 성도만 20여명 모이고 있다”며 “전임 교역자를 세울 때까지 정기적으로 방문해 지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교회, J교회 등 현지 조선족 교회들은 매주일 ‘한족 예배’ 시간을 별도로 두고 있다.

김순종 명성선교회 사무총장은 “갈수록 열악해지는 조선족 교회의 목회와 선교 상황에 대한 교계의 관심, 연구가 요구된다”면서 “한국교회와 조선족 교회가 함께 중장기적인 대책 마련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산둥=글·사진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