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변호사 1만명 시대] 어디나 힘들지만 그나마 사건이 많으니 서울로…
입력 2014-01-20 01:36
쏠림현상 갈수록 심화… 대책은
서울 변호사 1만명 시대가 열렸다. 우리나라 전체 개업 변호사 1만4242명 중 73.5%인 1만474명의 변호사가 서울에 사무실을 차렸다. 서울 서초동의 변호사 업계는 사실상 ‘공급 포화상태’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반면 지방에서는 제대로 된 법률서비스를 받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법조계는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 현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많은 변호사들은 서울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변호사 73.5%가 서울에서 활동 중=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위철환)는 지난해 말 기준 서울 지역의 개업 변호사가 1만474명으로 집계됐다고 19일 밝혔다. 2000년 2663명이었던 서울 개업 변호사가 13년 만에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서울 변호사 숫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전국 변호사 대비 서울 변호사 비율도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2000년 전국 변호사 4228명 가운데 63.0%를 차지했던 서울 개업 변호사는 지난해 전체 변호사의 73.5%까지 늘었다. 13년간 서울 지역 변호사 비율은 한 번도 줄지 않았다. 서울 지역 로펌 숫자도 증가했다. 200년 103곳이던 로펌이 지난해 474곳으로 4.6배 급증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도 마찬가지였다. 2012년 1월 실시된 로스쿨 출신 변호사 시험 합격자 888명 가운데 75.8%가 서울에서 개업했다.
◇그래도 서울이 낫다?=서울에서 개인법률사무실을 운영하는 한 변호사는 “그래도 서울에 사건이 가장 많다”고 말했다. 서울에는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이 있다. 2012년 서울중앙지법을 거친 민·형사 사건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30만건 가량이다. 같은 기간 전국 법원의 1심 민·형사 사건 처리 건수인 130만건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여기에 수도권 지역의 항소심 사건이 몰리는 서울고법과 대법원이 있다.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가정법원, 서울 동서남북에 위치한 재경법원까지 고려하면 압도적으로 사건 수가 많다.
새로 개업하는 변호사가 지방에서 자리 잡기 힘든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로스쿨 출신 한 변호사는 “지방에는 ‘향판(특정 지역에서만 주로 근무한 판사)’들이 있고, 향판 출신 변호사들이 있다”며 “지방 사정에 밝은 변호사들이 사건을 쓸어가기 때문에 자리 잡기가 힘들다”고 전했다. 개업 변호사들이 ‘어차피 힘들 바에야 사건이 많은 서울에서 개업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서울은 많아서 걱정, 지방은 없어서 걱정=변호사들의 ‘서울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두 갈래의 양극화가 진행 중이다. 서울 지역의 일부 변호사들은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내몰렸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검사 조재연)는 지난 2일 불법 콜센터에서 모집한 개인회생사건 신청인 명단으로 영업을 한 변호사 등 총 12명을 기소했다. 이들은 불법적으로 모집한 개인정보를 이용해 개인회생사건 417건을 수임해 5억6000만원을 벌어들였다. 검찰 관계자는 “사건수임이 잘 안 되다 보니 변호사들이 불법적으로 사건을 수임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지역의 한 변호사는 “의뢰인들의 돈을 떼어 먹는 변호사도 대개 사무실 임대료나 직원 월급을 주기 위해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지방은 변호사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으로 ‘무변촌(無辯村·변호사가 없는 지역)’은 전국 219개 시·군·구 중 67곳(30.6%)에 달했다. 서울에서는 변호사가 넘쳐서 문제지만 지방에서는 제대로 된 법률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는 또 다른 양극화가 진행 중인 셈이다.
◇대안 마련 고민할 시기=법조계에서는 우리나라 변호사 시장 상황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진녕 대한변협 대변인은 “우리나라에 필요한 법조인 수가 얼마인가에 대한 구체적 고민 없이 로스쿨 제도를 도입하다 보니 너무 갑작스럽게 변호사 수가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에서 흡수 가능한 변호사 수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거친 뒤 변호사 시험 합격자 수를 몇 명으로 고정할 것인지 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OECD 수준에 비해 변호사 숫자가 적다는 반론도 있다. 변호사 수를 줄이는 것은 애초 로스쿨 도입 취지와 다른 방향이라는 것이다. 로스쿨 출신의 서울지역 변호사는 “3만명까지는 늘어나야 한다”며 “공인중개사 수준으로 늘어나야 시민들이 법률서비스를 받기 편해진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정현수 나성원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