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개정 논란… 통합 심의기구 선관위 설치엔 이견
입력 2014-01-20 01:36
선거보도 심의기구 통합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신문과 방송, 인터넷 등 매체별로 따로 운영되는 심의기구를 한 곳에 모으자는 취지에는 정치권과 학계가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통합 기구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에 놓자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심의 결과를 따르지 않았을 때 제재를 대폭 강화하는 안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제각각 심의, 부작용 속출”=2012년 3월 19대 국회의원 선거를 치르면서 민주당 이학영 당시 후보 측은 황당한 경험을 했다. 한 지방지가 쓴 기사를 놓고 신문과 인터넷별로 마련된 심의기구가 각각 ‘경고’와 ‘기각’이라는 상반된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같은 내용인데 신문 기사와 인터넷 전송 기사에 대한 심의 결과가 전혀 다르게 나온 것이다.
현재 선거보도 심의기구는 신문과 방송, 인터넷마다 따로 운영되고 있다. 신문은 언론중재위원회 산하 선거기사심의위원회, 방송은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선거방송심의위원회, 인터넷은 선관위 산하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가 맡고 있다.
도입 시기와 설치 근거 등은 다르지만 각 기구는 선거보도 심의라는 같은 업무를 맡고 있다. 처음에는 충돌이 없었는데 신문과 방송, 인터넷이 융합되면서 혼선이 이어졌다. 심의 요청이 중복됐고 심의기구가 서로 다른 결론을 내놓았다.
◇통합 기구, 어디에 둘 것인가=문제가 이어지자 민주당 박기춘 의원 등은 지난해 7월 심의기구를 통합하는 ‘공정언론심의위원회’를 선관위에 설치하자는 개정안을 제출했다. 개정안은 현재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정개특위 법안심사소위원회는 21일 개정안에 대한 결론을 내리고 이달 말 채택 여부를 확정한다.
박 의원 등은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헌법상 독립 기구인 선관위에 통합기구를 설치해 상설화하는 것이 중립성을 유지하는 최선이라고 주장했다. 선거방송심의위와 선거기사심의위는 또 선거일을 전후로 임시 운영돼 업무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개정안은 이어 통합기구가 언론사에 반론보도문이나 제재 조치를 명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심의 결과 불이행에 따른 제재를 2년 이하 징역이나 400만원 이하 벌금에서 2000만∼1억원의 과태료로 강화했다. 지상파의 경우 법원 판결에 따라 최고형이 벌금 400만원이었지만 앞으로는 선관위 처분만으로 최고 1억원의 과태료라는 징계를 받게 된다.
◇“국제 선례 없는 보도 통제”=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이달 말까지 한시 운영되는 정개특위가 원안대로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다. 학계에서는 개정안이 언론자유를 해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선관위가 ‘공룡화’돼 언론보도를 통제할 수 있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김정탁 성균관대 교수는 19일 “선관위는 선거를 관리·감독할 책임과 의무를 지닌 것은 사실이지만 수많은 언론보도까지 심의·규제하는 것은 국제사회 흐름과 배치된다”며 “제재 조치 강화도 언론을 더욱 규제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이어 “민간 기구를 새로 만들면 좋겠지만 예산 등의 문제로 여의치 않다면 준사법적 민간 기구인 언론중재위에 인터넷 선거 기사를 추가 심의토록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