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상사 지시라도 정치 개입하면 처벌”… 달라진 法 첫 직원 교육, 국정원 달라질까

입력 2014-01-20 02:32


“비록 상사의 지시라도 정치에 개입하면 국가정보원법에 따라 처벌받게 된다. 정치개입 직원들을 보호하지 않을 것이며 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장치도 없다.” 국가정보원 내부교육에서 나온 얘기다.

국정원이 여야 합의로 새해 첫날 국회를 통과한 개정된 국정원법에 대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내부교육을 실시했다. 정보 당국 고위 관계자는 19일 “달라진 국정원법에 대한 내부교육이 국정원장 법률보좌관실 주도로 실시됐다”며 “정치개입 금지를 위해 신설된 법률 조항을 직원들에게 설명하는 방식으로 교육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개정된 내용에 따라 현장 업무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교육과 토의가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내부교육은 이달 초 전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다른 나라에서 활동 중인 해외파트 직원들에게는 교육 문건이 보내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정원은 직무집행 거부권과 공익신고자 보호 등을 규정한 개정 국정원법 9조 3∼5항의 내용을 집중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조항은 국정원 직원이 원·차장, 그 외 상사나 동료 직원들로부터 정치개입과 관련한 부당한 지시를 받았을 경우 그 직무 집행을 거부할 수 있으며 이의를 제기해도 고쳐지지 않을 경우 검·경 등 수사기관에 신고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정치개입과 관련한 신고는 국정원직원법이 규정한 비밀 엄수에 해당되지 않으며 파면·해임 등 불이익 조치를 받지 않는다는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검찰은 개정 전 국정원법에 따라 지난 대선에서의 정치개입 의혹과 관련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최고위 간부들은 기소했으나 ‘정치 글’ 등을 작성한 심리전단 직원들은 기소하지 않았다. 국정원의 엄격한 명령·지시체계상 직원들이 부당한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정된 국정원법 시행으로 부당한 지시를 이행한 직원도 이제는 법의 심판대에 서야 한다. 직무집행 거부권이라는 보호 장치를 활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변화 움직임에 대해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회의론이 엇갈린다.

국정원 측은 “내부교육을 실시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국정원이 그동안 국민들의 지탄을 받은 대선개입 의혹을 딛고 정치적 중립성을 갖춘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남재준 원장이 이끄는 국정원이 과거 폐습과 단절하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국가정보기관으로 변화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