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반발 무릅쓰고 中 지자체 예산으로… 하얼빈역에 안중근 의사 기념관 건립

입력 2014-01-20 01:39

중국 당국이 자체 예산으로 하얼빈역에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건립했다. 하얼빈시와 시 철도국은 하얼빈역 내에 ‘안중근 의사 기념관’을 만들어 19일 개관식을 가졌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기념관 건립은 최근 역사인식 문제를 둘러싸고 한·중·일 3국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한·중 양국이 일본에 공동 대응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어 일본의 반발이 예상된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일본 반발 등을 의식해 철저한 보안 속에 공사를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중국 당국이 자국 언론은 물론 북한 측에도 이를 사전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얼빈시와 시 철도국 예산만으로 건립된 기념관은 안 의사 의거 현장인 역사 플랫폼 바로 앞에 있던 귀빈실 일부를 개조해 200여㎡ 크기로 만들어졌다. 중국은 저격 현장 바닥에 간단한 표시만 있던 곳에 ‘안중근 의사 이등박문 격살(擊殺) 사건 발생지. 1909년 10월 26일’이라는 설명 문구를 걸어 놓았다. 특히 입구 쪽에는 저격시간인 ‘오전 9시30분’에 고정된 대형 벽시계가 걸렸다.

개관식에는 쑹시빈 하얼빈 시장 등 중국 측 인사만 참석했다. 중국은 개관 직후 기념관을 일반에 무료로 개방했다. 기념관이 독립시설로 만들어진 것은 처음이다.

기념관 건립은 지난해 6월 한·중 정상회담의 성과물 중 하나다. 박 대통령은 당시 정상 특별오찬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안 의사 의거 현장에 기념 표지석 설치를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고, 시 주석은 유관기관에 이를 지시했다. 이후 중국 정부는 협의 과정에서 단순한 표지석 차원이 아닌 공식 기념관 건립으로 화답했다.

지난해 안 의사 기념 표지석 설치 추진 사실이 알려지자 중국과 일본은 서로 대립을 벌인 적이 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지난해 11월 “안 의사가 범죄자”라고 주장하자 중국 외교부 훙레이 대변인은 “안 의사는 역사상 유명한 항일의사이며, 중국에서도 존경받고 있다”고 반박했다.

외교부는 공식자료를 통해 “정부는 안 의사 기념관이 개관한 것을 환영하고 높이 평가한다”며 “동북아 국가들이 이를 계기로 올바른 역사인식에 기초해 진정한 평화·협력의 길로 나아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남혁상 기자,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