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어… 대기업 채용 ‘脫스펙’ 확산

입력 2014-01-20 01:34

기업의 인재채용 방식이 급변하고 있다. 대학성적, 토익점수 등 틀에 박힌 ‘스펙’에서 벗어나 대학을 직접 찾아가거나 오디션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지원자의 역사 인식·지식을 살펴보는 기업도 늘고 있다.

최근 삼성그룹이 전국 4년제 대학 총·학장에게 인재 추천권을 부여하고, 임직원이 대학을 직접 찾아가 인재를 뽑기로 해 화제가 된 가운데, 다른 주요 기업들에서도 기존의 필기·면접 위주의 채용방식에서 속속 벗어나고 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지난해 ‘길거리 캐스팅’으로 인재를 찾아 장기 인성평가를 했던 채용프로그램 ‘더 에이치’(The H)를 올해에도 실시할 계획으로 19일 알려졌다. 또 취업준비생의 직접투표로 서울·경기 8개 대학을 직접 찾아 나서는 ‘전국구 채용설명회’도 반응이 좋아 계속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전통적인 스펙을 완전히 배제하고 자동차와 관련된 독특한 이력을 위주로 신입사원을 뽑는 ‘스카우트 케이(Scout-K)’ 제도를 처음 도입했던 기아차도 올해에도 비슷한 채용제도를 운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신입사원 채용에 ‘공개 오디션’을 신설해 화제를 모았던 SK그룹도 당분간 제도를 계속 운영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공개 오디션은 나이·학력 등을 기재하는 입사지원서 대신 자기소개서만으로 1차 지원자를 선발한 뒤 무대 위에서 5분간 자유롭게 자신의 장점을 설명하는 방식이다.

몇 년 전부터 그룹 공채를 폐지했던 LG그룹은 올해도 상·하반기 계열사별 공채 체제를 유지하는 대신 연구개발(R&D) 인력과 경력 사원의 경우 수시 채용할 계획이다.

역사관을 중시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지난해부터 지원자의 역사관과 통찰력을 파악하기 위해 인·적성검사에 ‘역사에세이’를 새롭게 도입한 데 이어, 삼성도 올해부터 삼성직무적성검사(SSAT)에 역사 관련 문항을 확대키로 했다. GS그룹은 올해부터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 한국사 시험을 넣기로 했다.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려면 투철한 역사의식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