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제조공장서 IT 강국으로… 업그레이드 중국

입력 2014-01-20 01:34


삼성, 애플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의 부품 제조 공장 신세를 면치 못했던 중국 기업들이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와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새로운 IT 업계 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중국이 통신장비, 모바일기기, 온라인서비스 등 IT 분야에서 세계 선두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중국 IT기업의 성장 비결로 과감한 R&D 투자를 꼽았다. 미국 바텔연구소는 올해 중국의 R&D 투자 비용이 2840억 달러(약 301조466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최근 내놨다. 2012년보다 22%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미국의 R&D 투자 비용 증가율은 4%에 불과했다. 중국의 투자 규모는 2018년에 유럽을, 2022년에 미국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의 IT 혁신을 주도하는 선두 주자는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R&D에 54억6000만 달러(약 5조8000억원)를 쏟아부었다. 10년 전인 2003년 3억8900만 달러(약 4130억원)의 14배가 넘는 액수다. 과감한 투자로 경쟁사인 노키아, 알카텔-루슨트를 추월한 화웨이는 스웨덴의 에릭슨에 이어 세계 2위 업체로 부상했다. 고급 인재 채용에도 돈을 아끼지 않고 있다. 10년 전 수백명에 불과하던 연구원 수는 현재 1만명을 넘어섰고 이들 중 대부분은 컴퓨터 공학 박사다. 다른 업체들이 속도가 더 빠른 4세대(4G) 통신망 연구를 하는 동안 화웨이는 2020년을 목표로 5G 통신망 기술개발을 진행 중이다.

PC 제조업체 레노버도 IT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휴렛패커드(HP)를 제치고 세계 최대 PC 제조업체로 등극한 레노버는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판매율 3위를 기록해 삼성전자와 애플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이 회사는 2012년 초 스마트폰 사업을 이끌 인재를 찾다가 실리콘밸리 출신의 J D 하워드를 영입하고, 미국프로풋볼(NFL)의 상표를 3년간 사용한다는 내용의 스폰서십을 맺었다. 아시아 지역의 스마트폰 광고 모델로 미 프로농구 스타 코비 브라이언트와 계약했고, 미국 지역 모델로는 할리우드 스타 애시튼 커처를 발탁했다. 지난달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20만㎡ 규모의 R&D 및 생산 공장을 만들었다.

중국 정부도 이 같은 혁신 분위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달 정부는 국가 반도체 산업 육성에 50억 달러(약 5조3000억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매년 막대한 양의 반도체를 수입하던 중국이 관련 기업에서 반도체 설계·테스트·생산 설비를 확충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중국이 수년 내 IT분야 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는 의견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WSJ는 “많은 글로벌 기업의 경영진은 이미 중국이 글로벌 IT업계의 권력 구조를 재편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고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제 컨설팅 업체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콜린 라이트는 “지금까지 일류 기업을 뒤쫓는 추격자에 불과했던 중국이 진정한 혁신을 보여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