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학생인권조례 개정안 내용 살펴보니… 학생 복장·두발 학교장 재량으로 규제

입력 2014-01-20 02:31


서울시교육청이 입법예고한 서울학생인권조례 개정안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학교장 재량으로 학생들의 복장과 두발을 규제하고 소지품 검사를 할 수 있게 한 부분이다. 2012년 1월 공포됐던 조례안이 채 2년이 되지 않은 기간에 사실상 정반대로 바뀐 것이다.

기존 조례에도 복장에 대해 학교규칙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학교장이나 교직원이 학생의 의사에 반해 복장이나 두발 등 용모에 대해 규제하지 못하도록 돼 있었다. 그러나 개정안은 ‘학교의 장이 교육상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학생, 학부모, 교사의 의견을 수렴해 제·개정한 학칙으로 복장, 두발 등 용모에 관한 사항을 정할 수 있다’로 바뀌었다.

또 학생의 동의 없이 소지품을 검사하거나 압수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은 ‘필요한 범위 내에서 소지품을 검사해 학칙에 위반되는 물건의 소지를 제한할 수 있다’로 수정됐다. 일부 교사들은 교권을 강화하는 내용이라며 환영의 입장을 표현하고 있으나 일각에선 조항 자체가 애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필요한 범위’ 자체가 포괄적인 데다 누가 어떻게 정할 것인지 규정이 없어 학교장 판단 등에 따라 적용 범위 등이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과도하지 않은 방법으로’라는 항목도 마찬가지다.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규정한 제5조에서 ‘임신 또는 출산’ 항목은 삭제됐고, 동성애 관련 표현은 완전히 수정됐다. 당초 포함됐던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 항목은 ‘개인 성향’이라는 애매한 개념으로 바뀌었다. 또 소수자 권리 보호 조항에서는 ‘성소수자’가 삭제되고 대신 북한이탈학생과 학습부진 학생, 미혼모 학생이 추가됐다.

전반적으로 학생인권에 대한 실행 의지를 강조한 대목이 상당수 빠진 것도 눈에 띈다. 제3조(학생인권의 보장 원칙)에서 당초에는 학생인권을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는 기본적인 권리’라고 표현했으나 개정안에는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는’이란 부분이 없어져 ‘기본적인 권리’로만 표현됐다.

또 ‘학교생활에서 최우선적으로 그리고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는 부분은 ‘학교생활에서 보장되어야 한다’로 바뀌었다. ‘최우선적으로 그리고 최대한’이란 표현이 삭제된 것이다. 현장에서의 실행을 담보하기 위한 내용이 빠지면서 조례안은 다소 선언적인 내용으로 읽힌다.

어쩌면 학생인권조례 개정안의 가장 큰 차이는 교육감의 인사권일 수도 있다. 기존안보다 크게 강화됐기 때문이다. 학생 인권 관련 실태조사와 정책 연구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학생인권옹호관의 복무, 처우 등에 관해 ‘별도의 조례로 정해야 한다’는 조항은 ‘교육감이 정한다’로 수정됐다.

학생인권옹호관 임명 역시 기존 조례에선 학생인권위원회의 동의를 얻도록 제한을 뒀으나 개정안은 위원회 동의 조항이 빠진 채 교육감이 임명하도록 했다. 인권위원회 구성을 위해 단체 등의 추천을 받는 인사 숫자를 규정했던 내용도 빠졌다. 교육감이 위원회에 참여하는 위원의 비율을 조정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학생인권조례안 공포 당시 논란이 됐던 학생 체벌 전면 금지와 학생의 학내·외 집회 허용 조항은 변경되지 않았다. 체벌 금지 조항은 상위법에 있고, 학생 집회는 학교의 허락을 받아야 가능하기 때문에 현 조항을 유지해도 무방하다는 게 시교육청의 설명이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