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우선덕] 소심하게 한마디
입력 2014-01-20 01:36
서울 어느 기관에서는 퇴근시각 6시면 아예 건물 불을 끈다고 한다. 직원 설문조사에서 “평일 퇴근 후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한 시간 미만”이라는 답이 나와서란다. 자녀의 인성은 밥상머리교육에서 나오니 가족과 시간을 보내라는 취지로 주 2회 정시 퇴근을 독려한다는 이야기다. 젊은 한 가족이 텔레비전에 나와 마침 밥상머리교육이 화두다. 온 식구가 끼니 준비를 같이 하는 게 원칙. 아이들은 고사리손을 꼼지락거려 일손을 돕는다. 그 다음 단출한 일품요리 앞에 둘러앉아 가령 이런 얘기를 주고받는 것이겠다. ‘철수야, 영희와 화해는 했니?’ ‘그 녀석과는 안 놀 거예요.’ ‘저런, 네가 져야지. 지는 게 이기는 거야….’ 운운.
함께 끼니를 차리면 식구 간의 결속 화합과 더불어 직접 만든 음식이기에 편식도 없다. 공통 화제가 풍부하며 허심탄회하다. 자녀의 인격 수양과 형성이 자연스레 된다. 이렇듯 부모형제가 같이하는 자리는 인성교육의 기본 기초지점이랄 수 있다.
‘밥상’ 하니 방송극에서의 밥 먹는 장면이 떠오른다. 흔히 음식을 미어지게 폭풍 흡입한 후, 그것을 삼키지도 뱉지도 않은 상태에서 뭐라고 떠든다. 극중 인물의 입 안에 든 내용물이 적나라하게 들여다보일 때가 부지기수다. 그 무감각, 무교양, 몰상식의 책임을 어디에 물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담당 작가인지, 피디인지, 연기자 자신인지, 총체적 난국이다.
예전의 어른들은 수없이 잔소리를, 아니, 가르침을 주셨다. 함부로 흘리지 않는 밥알, 제대로인 수저질은 기본. 바로 앉아라. 헤적이지 말고 깨작이지 말라. 골고루 먹어라 외에 십계명이 훨씬 넘었다. 무엇보다, 반드시 입 안에 든 음식을 삼키고 손으로 입을 가린 후 말을 하게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파편이 다른 음식물 위로, 심지어 상대방 얼굴이나 입 속으로까지 튀는 불행한 사태도 봤다. 그런 일을 당하면 누구든 유쾌하지 않을 터이다.
가까울수록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말씀은 어떤 일에서건 진리다. 밥 먹는 예절도 인성 수양 중 하나다. 상대를 배려한다면 입 안에 음식이 든 채 말하는 무신경한 언행은 하지 않을 것이다. 기분문제이기 전에 건강 청결 더 나아가 거의 도덕적인 문제 아닌가. 밥상머리교육들을 거론하니 이왕이면 밥상 앞 예절도 가르쳐주면 정말 좋겠다. 쪼잔한 자의 소심한 한마디지만 그래도 유념해주기를 기대한다.
우선덕(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