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진 목사의 시편] 현장에서 배워라
입력 2014-01-20 01:31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사극 ‘정도전’에서 주인공 정도전(鄭道傳·1342∼1398)의 별칭은 ‘해동장량(海東張良)’인데, 이는 “유방이 장량을 택한 것이 아니라 장량이 유방을 택한 것이다”라는 자신의 말에서 따온 것이다. 즉 이성계가 자신을 택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이성계를 택해 조선을 세운 것임을 은연중에 표한 것이다. 그는 자신만의 확고한 의식을 가지고 조선을 건국했다.
정도전이 고려 왕조를 폐하고 새롭게 나라를 세우기로 결심한 것은 관직에 있을 때가 아니라 백성의 삶을 체험한 뒤였다. 친원파 이인임과 대립각을 세우다 전남 나주로 유배당했던 정도전은 2년의 유배생활과 4년의 방랑생활을 통해 백성들의 현실을 직접 체험한 뒤 1383년 가을에 마침내 이성계를 만나 함께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하자고 손을 잡게 된다. 정도전은 실제 삶에서 쓸모 있는 것, 즉 위민(爲民)에 도움이 되는 것을 찾아 시행함으로써 조선 왕조 500년의 근간을 세울 수 있었다.
이렇듯 지도자에게는 언제나 현장이 중요하다. 정치가가 현장, 즉 국민의 삶을 모르면 정치와 현실 사이에 괴리가 생기고, 기업가가 현장을 모르면 망하게 된다.
세계 최대 가구 기업인 스웨덴의 이케아(IKEA)는 1999년부터 10년 동안 모든 품목의 가격을 20% 낮춘다고 선언하고 매년 2%씩 가격을 낮췄다. 같은 기간 매출은 70억 유로에서 218억 유로로 늘었다. 여러 성공 요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이케아 경영진의 현장중시 태도였다. 이케아는 현장 경험이 없으면 관리자 또는 경영진에 오르지 못한다. 그리고 경영진은 ‘반(反)관료주의 주간’을 정하고 매장에 나가 직접 판매를 하고 현장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이런 현장제일주의가 지금의 이케아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은 문화혁명 때 하방(下放)당해 7년을 산시성 옌촨현 량자허에서 보냈다. 그는 동굴 같은 곳에서 생활하며 갖은 고생을 했지만 그때 정부가 아닌 인민(人民)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고 이것이 자기 삶의 기초가 되었다.
목회자도 늘 ‘현장’을 생각해야 한다. 목회자의 현장은 어딜까. 바로 성도가 사는 곳이다. 목회자는 성도의 삶과 유리되어선 안 된다. 그렇게 될 경우 설교는 공허한 관념의 말장난이 되기 십상이고, 성도들은 신선처럼 사는 목회자에게서 어떤 위로도 받지 못할 것이다.
목회자 중에 책 싫어하는 사람이 없다. 책 읽고 성경 보고 기도하며 받은 은혜를 설교로 전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 또한 없다. 하지만 왜 위대한 신학자들이 “한 손에는 성경을, 한 손에는 신문을”이라며 세상과 유리된 설교를 경계했는지 그 이유를 살펴야 할 것이다. 2014년, 나의 목회 현장은 어디인가. 사무실인가? 도서관인가? 아니면 성도들의 삶의 현장인가?
<거룩한빛광성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