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관 대신 주목받는 종이관] 아들아, 내 장례식엔 화려한 꽃 필요없단다 대신 깨끗한 종이관 써주렴
입력 2014-01-18 01:35
“아버지를 모실 관으로 종이관을 권하길래 처음엔 뭔 소리인가 했어요. 잘 들어보니 목관보다도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종이관을 사용해 장례를 치렀는데 잘 선택한 것 같아요.”
지난 15일 오전 10시쯤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광교호수로에 있는 화장(火葬)시설 수원시연화장에서 만난 상주(喪主) 김모(54)씨는 종이관에 대해 만족한다고 말했다.
고인을 모실 관으로 목관(木棺)이 아닌 종이관을 사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종이관이 아직은 생소하지만 여러 가지 장점이 있어 화장할 시신을 모실 관으로는 인기를 끌 가능성이 있다고 장례업자들은 내다봤다.
이날 화장시설이자 장례식장을 겸하고 있는 수원시연화장 지하 1층 접수과 사무실에는 다양한 목관과 납골함 등이 전시돼 있었다. 단연 눈에 띄는 건 국화꽃 문양이 그려진 종이관이었다.
수원시연화장 운영 주체인 수원시장례식장운영위원회 양승주 팀장은 “최근 들어 목관보다는 가벼운 재질의 종이관을 쓰려는 상주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종이관 사용이 늘고 있는 이유로는 가벼워 다루기 쉽고 못 등 쇠붙이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연소 후 유골에 불순물이 섞이지 않는 점 등을 들었다.
양 팀장은 종이관이 처음 도입된 건 2002년 무렵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는 가격이 45만원대로 만만치 않았고 종이를 여러 겹 붙이느라 접착제와 연결철심이 많이 사용돼 상주들이 선호하지 않았다고 했다. 접수실 한켠에 전시해 놨지만 찾는 이가 없어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했다는 것이다.
종이관이 수원시연화장에서 다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2012년 초라고 했다. 한 장례용품 전문업체가 기존 종이관에 비해 품질이 대폭 개선된 제품을 개발했다며 납품을 받아줄 것을 요청했고, 성능 시험 결과 목관을 대체해도 되겠다는 판단이 들어 들여놓았다고 양 팀장은 설명했다.
연화장 측 장례사 등 담당자들은 종이관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이 있어 처음에는 별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막상 신제품을 보고나서는 마음이 바뀌었다고 한다. 새 제품은 가볍고, 프레스로 찍어 이음새 없이 제작돼 소각 시 잔유물이 없고, 강도도 목관에 비해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격도 기존 종이관과 달리 20만∼30만원대여서 상품성이 있다고 판단됐다. 목관을 화장한 후 유골에 간혹 불순물이 섞여 나오는 바람에 유족들의 항의가 간간이 있었던 차라 그럴 염려가 없는 종이관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장례식장운영위는 회의 끝에 종이관을 납품 받기로 결정했고 유족들에게도 사용을 적극 권유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상주들의 반응이 좋지 않았지만 장례사들이 장점을 설명하고 실제 제품을 보여주자 종이관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었다고 한다. 요즘에는 수원시연화장에서 매월 70∼90개의 종이관이 사용되고 있다. 월평균 화장 건수가 80∼100건이니 전체 화장용 관에서 종이관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90%에 달한다. 대부분 종이관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수원시장례식장운영위 유정만 대표는 “신제품 종이관을 들여온 뒤로 종이관을 찾는 유족들이 많아졌다”며 “종이관은 장점이 많아 다른 화장시설에서도 점차 사용이 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종이관은 수원시뿐만 아니라 인근 용인시, 성남시와 세종시, 충주시 등의 장례식장에서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유 대표는 설명했다.
인천시설관리공단이 운영하는 화장시설 인천가족공원은 지난 연말 각 장례식장과 상조회사에 오는 2월 1일부터 못 등 쇠붙이를 사용한 관은 반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유골에 이물질이 섞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종이관 사용이 점차 탄력을 받을 것으로 장례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수원=김도영 기자 do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