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침략현장 르포] 아베의 도발, 수습커녕 찬바람만 쌩쌩

입력 2014-01-18 02:40

일본이 미국 조야를 상대로 아베 신조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따른 후폭풍 수습에 적극 나서고 있으나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16일(현지시간) 복수의 워싱턴 소식통에 따르면 아베 총리의 친동생인 기시 노부오 외무성 부대신이 13일부터 국무부와 의회, 싱크탱크 인사들을 만나 신사 참배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있으나 미국 조야의 반응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기시 부대신은 15일 윌리엄 번스 국무부 부장관과 회담한 뒤 일본 특파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회담 성과에 대한 질문에 뚜렷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교도통신도 ‘일본 정부 고위급 각료와 여당 의원 등이 잇따라 방미해 참배에 대한 이해를 얻으려고 안간힘을 썼으나 사태 수습에는 이르지 못한 상태’라고 전했다.

실제로 미국 상원은 16일 일본 정부의 ‘위안부 결의’ 준수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2014년 통합 세출법안을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다. 전날 하원에서 사상 처음으로 통과된 데 이어 일사천리로 상원도 통과한 것이다. 법안은 행정부로 이송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정식 서명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도 “아베 총리에게 실망했다. 일본은 독일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고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이 전했다. 이날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박 의원을 면담한 자리에서 “독일이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기 때문에 나는 독일인들을 좋아하고 지금도 많은 친구를 갖고 있다”면서 “아베 총리의 행동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17일 미국 상하원이 위안부 문제에 관한 일본의 사과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킨 것과 관련해 “위안부 문제를 정치·외교 문제화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아베 총리는 괴로움을 겪은 분들에 대해 마음 아프게 생각하며 이 생각은 역대 총리와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편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최근 중·일 갈등에 대한 질문에 “우리는 지속적으로 대화를 권고한다”면서 “모든 당사국에 도발적인 행동을 삼갈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