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에이미 “검사님이 힘들면 잠시 미국에 나가 있어라 권유”

입력 2014-01-18 04:10


춘천지검 전모(37) 검사와 연예인 에이미(본명 이윤지·32). 두 사람은 ‘악연’으로 엮였다. 검사와 피의자로 처음 만났고,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가 1년여가 지난 지금은 검사가 피의자가 됐다. 이들과 C성형외과 원장 최모(37)씨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법률을 잘 아는 현직 검사가 왜 법을 어기면서까지 에이미를 돕기 위해 ‘해결사’로 나섰을까. 국민일보는 최근 에이미와 여러 차례 만나 그간의 사연을 들었다. 전 검사와도 장시간 통화했다. 에이미는 전 검사를 “검사님”으로, 전 검사는 에이미를 “이 친구”라고 불렀다.

◇조사실에서의 만남, 석방 이후 연인으로=“처음에는 독불장군 같았어요. 저를 약쟁이 취급해서 대판 싸우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에이미는 2012년 9월 전 검사와 처음 만났을 때를 이렇게 기억했다. 전 검사는 당시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에이미를 구속했다. 그런데 장시간 조사 과정에서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면서 ‘겉모습과는 달리 따뜻한 사람이구나. 다들 나한테 손가락질을 하는데 그나마 믿을 사람은 검사님밖에 없다’고 여겼다고 한다. 에이미는 “구치소에 있을 때 검사님께 편지를 보냈고, 검사님은 ‘잘해줘서 고맙다’고 편지를 써줬다”고 말했다.

에이미가 그해 11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후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에이미는 “구치소에 들어가기 전부터 많이 아팠다. 앉지도 서지도 못하는 상황이 돼 검사님에게 성형수술 후유증 얘기를 했다”고 했다. 에이미는 2008년 케이블채널 올리브TV ‘악녀일기’에 출연하면서 최씨를 처음 알게 됐고, 최씨로부터 성형수술도 받았다.

에이미는 “검사님에게 막 울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난 살고 싶지 않다’고 한 적도 있다. 검사님은 ‘그런 병원은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해줬다”고 전했다. 전 검사는 국민일보 기자에게 “이 친구가 하도 망연자실해하고,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해서 인간적으로 많이 안쓰러웠다”고 말했다.

◇뒷바라지에 나선 검사=전 검사는 서울로 올라와 최씨를 만나 “병원을 압수수색해 문을 닫게 할 수 있다”고 겁을 주는 불법 행위를 했다. 에이미는 “어느 날 검사님이 ‘수술비 문제는 해결됐다’고 말한 뒤 최씨가 재수술을 해 주겠다고 전화했다”고 말했다. 전 검사는 “사건 관계인을 외부에서 만난 것은 스스로도 잘못했다고 본다”며 “에이미가 극단적 선택을 하면 괴로울 것 같아서 그랬다”고 했다.

에이미는 최씨에게 3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완치되지 않아 미국으로 건너가 수술을 받았고, 한국의 다른 병원에서도 치료를 받았다. 에이미는 “부모님이 신용카드를 모두 막아 놓는 등 내 계좌에 문제가 있어 검사님이 대신 치료비 등을 받아 나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에이미는 “검사님이 이후에도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정말 C형 간염으로 고생했는데 내내 검사님이 서포트해 줬어요. 제가 집에서 나오지 않으니까 ‘뭘 좀 배워보는 게 어떠냐. 과자 만드는 거 해봐라’는 등 삶의 동기 부여도 해 주고….” 전 검사는 빚까지 내면서 에이미에게 6000만원 정도를 송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검사는 지난해 다른 연예인들에 대한 프로포폴 수사 때 에이미의 이름이 다시 방송에 오르내리자 “힘들면 밖(해외)에 나가 있어. 미국에 가서 프랜차이즈 사업을 해봐”라는 등의 조언도 했다고 한다. 에이미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검사와의 더티한 만남, 그런 게 아니었다”며 “외국에 나갔던 적이 많았고, 만나더라도 저녁에 잠깐 봐서 커피 한잔 마시고 끝나는 정도였다”고 강조했다.

◇“나쁜 병원들이 처벌받지 않았다”=두 사람이 연인 관계였던 만큼 전 검사가 에이미가 다녔던 최씨 병원의 프로포폴 투약 관련 혐의를 사전에 인지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에이미는 “내가 수사를 받으면서 C성형외과 얘기를 안 했기 때문에 검사님도 나중에 내가 아프다고 할 때 알았다”고 주장했다.

에이미는 “그렇게 (프로포폴 투약으로) 유명한 병원이면 처벌을 받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서울로 사건을 가져갔는데 검사들도 바뀌고, 몇 군데 병원도 빠지고…”라고 했다. 당시 프로포폴 관련 수사를 하던 박모 검사는 다른 비위 혐의가 드러나 기소되면서 업무에서 배제됐다.

에이미는 최씨가 전 검사에게 사건 관련 청탁을 했는지를 묻자 “최씨가 이것저것 부탁을 한 건 맞다”면서도 “검사님은 ‘이런 걸로 빌미잡아서 도와달라는 게 너무 싫다’며 100% 거절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사님도 바보 같이 문자에다 ‘니가 이렇게 하면 내가 뭘 하겠다’ 이런 말을 했었나 보다”고 안타까워했다. 에이미는 전 검사가 구속된 이후 통화에서 “우리 검사님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건가요”라며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지호일 문동성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