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임항] 따오기 외교
입력 2014-01-18 01:34
나라 간 우의의 사절로 희귀한 동물을 주고받는 관례는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1972년 방중한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에게 저우언라이 총리가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자이언트 판다 암수 한 쌍을 기증했다. 중국은 1992년 10월 방중한 일왕에게도 판다를 선사했다. 중국은 1957년부터 1982년까지 모두 24마리의 판다를 세계 각국에 선물했다.
우리나라는 백두산 호랑이라고도 불리는 시베리아 호랑이를 여러 차례 받았다. 장쩌민 전 국가주석은 1994년 3월 중국을 방문한 김영삼 대통령에게 시베리아 호랑이 한 쌍을 선사했다.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은 2005년 11월 노무현 대통령에게 호랑이 한 쌍을 선물했다. 이들도 모두 번식에 실패했으나 2011년 중국에서 들여온 암컷 호랑이가 2012년 6월 아기 호랑이를 출산했다.
최근에는 따오기가 외교사절로 등장했다. 지난해 6월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때 중국이 보내주겠다고 약속한 따오기 수컷 두 마리가 지난해 말 공수돼 경남 창녕군 우포늪 따오기복원센터에서 적응 중이다. 앞서 2008년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따오기 암수 한 쌍이 들어왔다. 창녕의 따오기 복원센터에서 알의 인공부화에 성공해 개체수가 26마리로 늘었지만, 암컷은 16마리, 수컷이 6마리로 암수 성비가 맞지 않아 근친교배가 일어나는 상황이었다. 따오기 추가도입으로 따오기 복원은 순조롭게 궤도에 올랐다.
따오기는 과거 한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에 많이 서식했으나 지금은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받고 있다. 과도한 농약 사용과 무분별한 개발로 서식지가 파괴된 탓이다. 러시아와 중국에 사는 개체들이 겨울철에는 한반도에 남하하곤 했다. 따오기는 1975년 판문점 부근에서 캐나다인 조지 아치볼드 박사가 사진을 찍은 후 한반도에서 자취를 감췄다. 중국은 1979년 전국을 뒤져 따오기 7마리를 찾아낸 후 복원사업을 통해 1000여마리를 야생에 복귀시키는 데 성공했다.
강원도 평창에서는 올해 9월 29일부터 유엔 생물다양성협약(CBD) 당사국 총회가 열린다. 이를 계기로 이제 우리나라도 멸종위기종의 국제적 복원노력에 동참하자. 우선 북한에 따오기를 기증해 예전처럼 군사분계선을 넘나드는 ‘통일 새’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