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 국방위의 ‘중대 제안’ 생뚱맞다

입력 2014-01-18 01:34 수정 2014-01-18 15:50

정부가 17일 북한 국방위원회의 ‘남조선 당국에 보내는 중대 제안’을 거부했다. 북한 최고 권력기구인 국방위는 전날 밤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오는 30일부터 상호 비방·중상 중지, 군사적 적대행위의 전면 중지, 핵 재난을 막기 위한 상호 조치를 느닷없이 남측에 제의했다. 그러면서 이런 제안들이 실현되면 남북관계의 크고 작은 문제들이 다 풀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솔깃하게 들리지만 하나하나 따져보면 허황된 말들이다. 통일부 대변인이 정부를 대표해 북한 제안을 조목조목 반박한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우선 비방·중상 문제의 경우 지금까지 상대를 원색적으로 비난해온 쪽은 북한이다. 차마 입에 담기 힘든 표현까지 동원해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북측은 오는 30일부터가 아니라 당장 대남 비방을 멈춰야 옳다. 북한이 중단을 촉구한 군사적 적대행위라는 것은 내달 말부터 한·미 양국이 실시할 ‘키 리졸브’와 ‘독수리훈련’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 훈련은 매년 실시되는 방어적 성격의 훈련이며, 북한의 무력 도발이 직접적 요인이다. 북한은 도발을 일삼은 데 대한 반성부터 해야 할 것이다. 또 3대 세습체제 생존을 위해 핵 개발에 몰두하면서 핵 재난 운운하며 상호 조치를 취해 나가자는 건 궤변일 뿐이다.

따라서 남측이 이를 수용하면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는 등 남북관계가 화해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주장 역시 설득력이 없다. 남북관계 경색의 책임을 남측에 전가하려는 속셈이다. 박 대통령이 연초 제안한 설 이산가족 상봉을 받아들이지 않은 데 따른 부담을 털어버리고, 올해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얄팍한 의도도 엿보인다.

북한 김정은정권이 진정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바란다면 아무 조건 없이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해야 한다. 시간이 촉박한 인도적 사안을 군사·정치적 현안과 연계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아울러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행동에 나서야 한다. 정부는 북한 국방위의 제안이 무력시위를 위한 전단계일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