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영성] 마음을 지키는 법
입력 2014-01-18 01:34
수도사 존은 스케테에 있는 교회에 갔다가 형제들이 언쟁하는 것을 보고서 집으로 돌아갔다. 그는 수실로 들어가기 전 주위를 세 바퀴 돈 후에 들어갔다. 이 모습을 본 형제들은 그에게 가서 이유를 물었다. “내 귀에 형제들의 언쟁이 가득 차 있었기 때문에 그것들을 털어 버리려고 수실 주위를 여러 번 돌았습니다. 그런 다음 평안한 마음으로 들어왔습니다.”
구약성경엔 마음이란 말이 853회 언급된다. 온전하고 순결한 마음은 하나님을 향해 열려 있음과 지혜로움의 표시였다. “모든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잠 4:23)는 명령에 귀를 기울인 교회는 전통적으로 마음을 지키는 일을 중요하게 다루어 왔다. 사막 교부들은 이를 위해 지혜로운 훈련을 행했다.
어느 수도사는 동료들과 잡담 후 수실 주위를 여러 번 돌아다니다 들어갔다. 수도사는 그 이유에 대해 “우리가 이야기했던 세상일에서 벗어나려고 그렇게 했다. 그것들을 가진 채로 제 방에 들어가길 원치 않았다” 하고 답했다 한다.
과도한 정보 접촉은 마음을 더럽힌다
아마 이 수도사가 오늘날 살아 있다면 우리에게 하루 종일 세상에 살면서 마음속에 쌓였던 것들을 그대로 안고서 집에 들어가지 말라고 조언했을 것이다. 쓰레기를 안고 들어가면 집이 쓰레기장이 된다. 나의 마음에서 털어내지 못한 쓰레기는 가족들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정보화시대를 사는 우리는 이전 시대가 상상할 수 없었던 많은 정보들을 제공받고 있다. 그러나 정보홍수시대 혹은 잡음정보시대라는 말처럼 우리의 일을 효율적으로 돕는 정보는 그리 많지 않다. 심각한 것은 우리 마음을 오염시키는 더러운 정보들이 넘쳐흐른다는 것이다.
우리는 매일 TV광고와 뉴스 이메일 문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알림 등 원치 않는 정보를 외면하고 처리하는 데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또 스스로 헛된 정보의 바다에 빠져 헤매기도 한다. 어떻게 하면 불필요한 쓰레기를 덜 받게 될까? 먼저, 정보 매체들을 과도하게 접속하지 말아야 한다. 자신의 영혼에 유익을 주지 않는 어떤 매체를 보지 않겠다고 결단하는 일이 필요하다.
사도 바울은 이 일에서 모범을 보여주었다. “내가 너희 중에서 예수 그리스도와 그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알지 아니하기로 작정하였음이라.”(고전 2:2) 우리 주님과 생명을 주는 십자가, 이것이 바울이 알고자 한 전부이다. 인터넷을 접속할 때마다 이 말씀을 기억하면 얼마나 유익하겠는가. 특히 특별새벽기도나 고난주간에는 정보금식 기간으로 정하는 것도 지혜롭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중요한 것을 놓치는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우리는 쏟아지는 쓰레기를 피할 뿐 아니라 스스로 쓰레기를 만드는 일도 절제해야 한다. SNS 사용자들 가운데는 별다른 도움이 안 되는 말들과 사진들을 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휴대전화를 늘 손에 잡고 살면서 온전한 그리스도인이 될 수는 없다. 선도 넘치면 쓰레기가 되고 심지어 악이 되는 경우도 있다.
호기심까지 다스려야
불필요한 정보들로부터 마음을 지키기 위해서는 쓸모없는 호기심도 다스려야 한다. 사막 교부들은 영적 성장에 방해가 되는 이 호기심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일화들을 남겼다. 스케테 사막의 한 사제 수도사가 알렉산드리아의 대주교를 방문했다가 사막으로 돌아왔을 때 다른 수도사들이 물었다. “그 도시가 어떠했습니까?” “형제들이여! 나는 대주교님 외에 다른 사람은 아무도 보지 못했소.” 그러자 이 말을 들은 수도사들이 놀라 물었다. “아버지여, 그러면 그곳 사람들이 다 죽었다는 말입니까?” “아니요, 다른 사람을 보고자 하는 유혹이 나를 이기지는 못했소.” 이 말을 들은 그들의 마음은 사제에 대한 칭송으로 가득 차게 됐고, 이곳저곳을 바라보려는 유혹으로부터 자신의 눈을 보호하는 일에 힘쓰게 되었다.
또 하나의 생생한 색채를 지닌 일화가 있었다. 어느 날 수도사들은 해석하기 어렵다고 성경이 말하는 멜기세덱(창 14장; 히 5, 7장)에 대해 토론하기 위해 모두 모였다. 그런데 깜빡 잊고 원로 수도사 코프레스를 청하지 않았다. 그들은 코프레스를 찾아가 이 문제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그러자 코프레스는 자기의 입을 세 번 두드리면서 책망하기를 “슬프도다! 어찌하여 그대는 하나님께서 명하신 일은 밀쳐 두고 알 필요가 없는 일을 하려는가!”
이 말을 들은 수도사들은 각기 자기의 수실로 도망치듯 흩어졌다. 이처럼 사막 교부들은 성경을 아는 일에도 과도한 지적 호기심을 물리치고 단순하게 알려진 것에만 전념했다. 마음을 지키기 위한 수도사들의 노력들을 생각해 보면서 “모든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는 말씀을 나는 어떻게 실천해 왔는가를 돌아보자.
집이나 물건, 지위 등 내가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어떤 것보다 심혈을 기울여 마음을 지켰는가. 우리에게 영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것이 이 말씀을 무시했기 때문은 아니었던가. 이제라도 배우고 지키자. 주께서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명령하시진 않았다.
김진하 <백석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