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노트-오인숙] 속눈썹을 단 선수

입력 2014-01-18 01:33

예능인들이 태릉선수촌을 방문하여 훈련하는 선수들을 돌아보고 인터뷰도 하는 TV프로가 방영된 적이 있었다.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피나는 고통을 그들은 감수하고 있었다. 젊음의 꿈틀거리는 패기가 그들을 땀으로 젖어 빛나게 하고 있었다. 그들은 상급을 향해 끝없이 달리고 있었다. 지치고 지치면서도 일어나 달리고 달려야 했다. 멈추면 진다. 그들은 메달을 향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한 예능인이 지나가는 선수를 붙잡고 물었다. “챔피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요?” 그 물음에 레슬링을 하는 여자 선수는 간결하면서도 단호하게 대답했다. “죽어야지요!” 젊은 선수의 그 결연한 말이 가슴을 쳤다. 죽어야 상급이 있는 삶, ‘나는 날마다 죽노라’는 바울의 말과 닮아 있다. 크리스천의 삶은 날마다 죽는 삶이다. 그러나 선수촌 안에 들어와 특권을 누리는 선수와 같은, 예수그리스도 안의 사람들이다. 그 여자 선수와 인터뷰를 하던 연예인이 신기한 것을 발견한 것처럼 억양을 올렸다. “어, 속눈썹을 달았네요.” 그녀는 날마다 죽을 만큼 힘들게 훈련하며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에 곱게 속눈썹을 달고 있었던 것이다. 또 다른 연예인이 짓궂게 물었다. “에∼에∼에∼ 연애하는구나” “사랑하는 거 맞지요?” “예” 그녀가 부끄러운 듯이 웃었다. 그녀는 치열한 삶 속에서도 자신을 가꾸고 있었다. 멋진 일이 아닌가. 그 힘이 사랑에서 나와서 더 빛나는 것 같았다. 그녀는 아주 행복한 얼굴로 즉석 인터뷰를 마쳤다.

크리스천은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좇아가노라”(빌3:14)는 말씀대로 살아야 한다. 그러나 힘든 삶 속에서도 사랑함으로 멋지게 살았으면 좋겠다. 인생길, 피 땀을 흘리며 뛰는 중에도 사랑으로 가득 차 속눈썹을 단 그 선수처럼 살아가야 할 것 같다. 날마다 죽어야 하는 삶 속에서 자신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함으로 삶이 무겁기만 하고 메마르기만 한 것이 아님을, 때로는 멋지기도 한 것임을 즐길 수도 있었으면 좋겠다.

오인숙(치유상담교육연구원 교수·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