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일제 침략현장 언론 공개

입력 2014-01-17 02:31


“역사를 거울삼아 평화를 간절히 소망한다. 그리고 일본 군국주의 부활을 경계한다.”

중국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시 다둥(大東)구에 있는 ‘9·18 역사박물관’ 마지막 전시관에는 벽면에 이런 글귀(사진)가 새겨져 있다. ‘9·18’은 일본 관동군이 1931년 9월 18일 일으켰던 만주사변을 말한다. 만주사변은 관동군이 중국 침략을 위해 남만주 철도를 폭파한 뒤 중국 동북군의 소행으로 몰아붙여 일으킨 전쟁이다. 그로부터 4개월 만에 일본 관동군은 중국 동북지역 3개성(랴오닝, 지린, 헤이룽장)을 모두 점령하게 된다. 9·18 역사박물관은 바로 철도폭파 사건 현장에 세워졌다.

중국 내 외신기자 30여명은 16일 중국 외교부 산하 외국기자뉴스센터(IPC) 초청으로 9·18 역사박물관과 ‘선양 2차대전 연합군 전쟁포로수용소’를 취재했다. 이들은 17일에는 랴오닝성 기록물보관소, 푸순(撫順)의 핑딩산(平頂山)학살사건기념관과 전범관리소를 둘러볼 예정이다. 이 장소들은 일제의 중국 침략 과정과 잔학상을 보여주는 곳이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후 최근 역사에 대한 반성을 일본에 촉구해 온 것과 맞물려 관심을 끈다.

1만㎡가 넘는 부지에 세워진 9·18 역사박물관 입구에는 일제 침략이라는 잔인한 역사를 잊지 말자는 ‘잔력비(殘歷碑)’가 우뚝 서 있다. 이 기념비에는 ‘1931년 9월 18일’과 밤 10시 무렵 철도를 폭파했던 상황 등이 적혀 있다. 수많은 탄흔과 당시 희생자를 상징하는 해골도 새겼다.

잔력비 부근에는 ‘국치를 잊지 말자(물망국치·勿忘國恥)’라고 새겨진 대형 종이 세워져 있다. 중국은 9월 18일을 국치일로 부르며 매년 기념행사를 열고 있다. 이곳은 한국 독립기념관과 자매결연을 하고 있다.

전시관에는 관동군이 운영했던 세균부대가 헤이룽장성 하얼빈 731부대 외에 지린성 창춘에 100부대가 있었다는 사실도 소개돼 있다. 그 옆에는 731부대가 1939년부터 42년 사이에 장티푸스균, 탄저균 등 각종 세균을 생산한 현황도 표로 만들어 놓았다. 선양 2차대전 연합군 전쟁포로수용소는 태평양 전쟁에서 일본군에 붙잡힌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네덜란드, 프랑스 6개국 전쟁 포로 2000여명을 수용했던 곳이다.

선양=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