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상호 비방·적대행위 중지 제의 안팎… ‘대남 명분 쌓기 전략’ 분석

입력 2014-01-17 02:44

북한이 16일 국방위원회 명의로 우리 정부에 ‘중대제안’을 한 것은 꽉 막힌 남북관계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조성된 남북 간 긴장상황의 책임을 남측에 전가한 점과 제안한 내용 대부분이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릐북한 의도 뭔가=북한 국방위는 현 남북 관계에 대해 “현 경색국면이 우리 때문인 것처럼 여론을 조작하고 잘 알지도 못하는 남의 집안일을 놓고 함부로 꺼들며 그 무슨 급변사태의 허황한 꿈을 꾸다 못해 있지도 않는 도발과 위협에 대해 꾸며대면서 정세를 고의적으로 긴장시키고 있다”고 우리 측을 비난했다. 또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우리 측에 구체적으로 키 리졸브과 독수리 연습 등 한·미 합동군사연습 중단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북한은 우리가 받을 수 없는 내용을 제안하고 있으며, 자신들의 제안을 들어주면 이산가족 상봉도 해줄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이것은 명분축적을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남북 경색 정국의 책임을 우리 측에 돌려 남한 내 반정부 투쟁과 남남갈등을 부추기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이 새해 들어 우리 측 대북지원 단체, 통일 단체, 종교·사회단체, 개인 등 40여 곳에 신년 서신을 보내 남한 내 반정부 활동을 적극 선동하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한 개신교 단체가 받은 신년 서신에서 북한은 “주님의 뜻을 받들어 불의를 타파하고 정의를 실현하며 파쇼 독재를 짓부수고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이 기독교 본연의 자세”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남한에서 가장 크게 우려하는 군사적 도발과 관련된 논의를 먼저 제안함으로써 남북관계를 풀어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장성택 처형 이후 녹록지 않은 국제적 환경에서 남북관계를 먼저 풀어 북·중, 북·미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현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것이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라는 점에서 북한은 이 문제를 먼저 제안해 남북관계를 풀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릐북한 다음 수순은=일단 북한은 국방위 중대제안에서 상대방을 자극하는 군사적 행동 중지를 제안하면서 ‘선제적’으로 움직이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현재 북측이 진행 중인 동계훈련 축소를 선언하는 것이다. 지난달 초부터 시작된 북한의 동계훈련은 현재 연대급으로 실시되고 있다. 과거 사례로 볼 때 앞으로 사단급 등으로 확대되고 육·해·공군 합동훈련, 상륙훈련, 화력시범 등의 수순을 밟게 되지만 올해는 변화 가능성이 있다. 정부 소식통은 “동계훈련을 전면 중지하지 않더라도 규모를 축소하거나 훈련 막바지에 실시하는 판정 검열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미 합동군사연습 중단은 도저히 우리가 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여의치 않을 경우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핵실험 등 대남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이미 우리 정부는 1월말에서 3월초까지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높다고 예고했다. 일각에서는 한·미 연합훈련이 끝난 직후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다.

릐정부 “차분함 속에서 예의주시”=우리 정부는 새해부터 남북관계 개선과 대남 비방을 함께 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였다는 점에서 국방위 중대제안도 대남 통일전선전술(심리전)의 일환으로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17일 국방위 중대 제안과 관련해 발표할 입장을 통해 북측에 대남 비방중상 및 위협 중단 등 진정성있는 조치를 요구할 계획이다. 또 인도적 사안과 군사적·정치적 사안에 대한 분리 대응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이산가족 상봉을 재차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키 리졸브 등 한·미 합동군사연습도 예정대로 실시한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할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번 국방위 중대제안도 수사적 차원의 대남 압박전술 성격이 짙다고 본다”면서 “정부는 보다 차분하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