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 대필’ 강기훈 “검찰은 과거 잘못 고백해야”

입력 2014-01-17 02:31

1991년 ‘유서 대필 사건’에 연루돼 옥살이를 했던 강기훈(50)씨가 법정에서 과거 자신의 사건을 담당했던 검찰과 사법부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강씨는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판사 권기훈) 심리로 16일 열린 재심사건의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조롱거리가 된 책임은 검찰 스스로에게 있다”며 “진정한 용기는 (과거의) 잘못을 고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씨는 당시 법무부장관이었던 김기춘(75) 청와대 비서실장과 주임검사였던 신상규(65) 변호사 등 전직 검사들의 실명을 직접 언급하며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강씨는 이어 “(이번 사건이) 법을 다루는 전문가들이 편견을 가지면 어떤 불행한 일들이 벌어지는지 생각하게 하는 참고자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강씨는 1991년 노태우 정권 퇴진을 외치며 분신자살한 고(故) 김기설씨의 유서를 대신 써준 혐의(자살방조)로 구속 기소됐다. 강씨는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1994년 만기 출소한 후 2008년 1월 재심을 청구했다. 대법원이 2012년 10월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려 현재까지 재판이 진행 중이다. 재판의 쟁점은 김씨의 유서를 강씨가 대필했는지 여부다. 1991년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유서의 필체가 강씨 의 필체와 동일하다고 감정했다. 하지만 국과수는 2007년과 지난해 12월 “유서 글씨는 김씨의 필체”라는 재감정 결과를 내놓아 강씨의 무죄를 뒷받침했다.

검찰은 이날 100여 쪽에 달하는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통해 “최근 국과수 감정은 선입견이 개입된 상태에서 진행돼 신빙성이 부족하다”며 “국민과 언론을 호도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대로 판결해 달라”고 밝혔다. 강씨의 재심 선고는 다음달 13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