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 우리도 뛴다] (8) 여자 크로스컨트리 이채원

입력 2014-01-17 01:38

설원 너머엔 못이룬 꿈 있기에…

크로스컨트리는 혹한의 칼바람을 뚫고 수십㎞를 질주하는 극한의 스포츠로 동계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과 함께 가장 많은 12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동계올림픽 종목 중 가장 먼 거리를 달리는 종목이어서 ‘설원의 마라톤’으로도 불린다. 강한 체력이 필요해 유럽 국가들이 강세를 보인다.

크로스컨트리 선수에게는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이 필수다. 그래서 평균 170㎝ 중후반대의 외국 여자 선수들 틈에서 신장 1m53, 몸무게 45㎏ 작은 체구의 이채원(33)은 단연 돋보인다.

이채원은 한국 크로스컨트리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크로스컨트리의 ‘불모지’인 한국에서 그는 30대가 된 지금까지 각종 대회 정상을 휩쓸면서 후배들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중학교 2학년이던 1996년 동계체전을 시작으로 2013년까지 17차례 동계체전에서 따낸 금메달만 무려 51개로, 동계체전 역대 최다 금메달 기록을 갖고 있다. 2008년과 2010년에는 대회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국내에선 경쟁자가 거의 없지만 국제무대에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채원은 현재 국제스키연맹(FIS) 포인트 랭킹은 222위다.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올림픽에 처음 출전해 15㎞ 프리스타일에서 46위를 기록했다. 당시 21세 대학생이었던 이제 서른을 훌쩍 넘긴 아이 엄마가 됐다. 하지만 그의 도전은 멈출 줄을 모른다.

이채원은 2011년 2월 2일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아스타나-알마티 겨울아시안게임 크로스컨트리 여자 10㎞ 경기에서 36분34초6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한국 크로스컨트리 사상 첫 아시안게임 메달이었다. 당시 아무도 그가 금메달을 딸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이채원은 지난해 동계체전에서도 클래식 5㎞와 프리스타일 10㎞, 복합 경기에서 3관왕을 차지, 국내에서는 여전히 적수가 없음을 확인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2006년 토리노, 2010년 밴쿠버 대회까지 올림픽만 3차례 출전했지만 성적은 하위권에 머물렀다. 이번 소치올림픽에서는 반드시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는 2014년이면 37세가 되는 ‘작은 철인’ 이채원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올림픽에 나가면 항상 하위권에 맴돌지만 세계무대에서 정상권의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껴요. 꿈은 언젠간 반드시 이뤄진다는 것을 믿어요. 제가 아니면 후배들이 대신 세계 정상에 설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이 참 아름다운 삶이 아닐까요.”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