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계열사 엔지니어링-엠코 합병… 매출 10위권 대형 건설사 탄생 예고
입력 2014-01-17 02:33
현대자동차그룹의 건설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가 합병해 4월 1일 새 법인으로 출범한다. 새 법인은 매출 기준 10위 이내의 대형사로 향후 건설업계 내의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합병 법인의 2대 주주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으로의 그룹 경영권 승계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는 16일 오전 따로 임시 이사회를 열어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엠코를 흡수 합병하는 방식의 합병안에 대해 결의했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의 합병 비율은 1대 0.18이다. 현대엠코 1주당 현대엔지니어링 0.18주를 받을 수 있다. 매출과 시공능력 평가 순위는 현대엠코가 현대엔지니어링보다 높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의 주식가치가 높게 평가된 점과 양사 인력의 차이를 감안해 현대엔지니어링이 흡수 합병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번 합병으로 두 회사는 연매출 5조원, 자산 4조원 규모의 대형 건설사로 거듭난다. 시공능력 평가 순위 10위권, 매출 기준으로는 8위로 올라설 수 있다. 특히 두 회사는 주력 사업 영역이 달라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토목, 건축 부문이 전체 매출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대엠코와 석유화학, 가스 플랜트 설계 및 시공에 주력하고 있는 현대엔지니어링은 중복 분야가 거의 없다.
현대차그룹은 새 법인이 공사종목별 전문화를 통한 선택과 집중에 주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설계·구매·시공(EPC) 수주 경쟁력 확보 및 전문성 제고를 통해 2025년까지 수주 22조원, 매출 20조원을 달성하는 ‘글로벌 톱10 엔지니어링 기업’을 목표로 한다. 또 다른 그룹 건설사인 현대건설은 발전 플랜트를 포함한 토목·인프라 사업의 전문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새 법인 등장에 따라 해외 수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사와 엔지니어링 업체의 인수·합병(M&A)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 간의 합병설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7월부터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꾸준히 늘려 지분율을 7.81%까지 확대했다. GS건설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엔지니어링 회사인 글로벌프로세스시스템스(GPS)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재계와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이 현대차그룹의 경영권 승계와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현대차 정 부회장이 현대엠코 지분 25.06%를 보유해 합병 후 정 부회장은 새 법인 주식 11.72%를 보유하게 된다. 38.62%를 보유하는 현대건설에 이어 2대 주주다. 정 부회장이 31.88%의 지분을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역시 새 법인 주식 11.67%를 소유한다. 이에 따라 향후 정 부회장이 새 법인을 상장하거나 현대건설과 추가 합병 후 우회 상장하면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실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마련된 실탄으로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현대차그룹 순환출자 고리 중 현대모비스 지분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