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구 금호석화 회장 집행유예… 배임 혐의 일부만 유죄 판결

입력 2014-01-17 02:33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김기영 부장판사)는 16일 미공개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각하고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자본시장·금융투자업법 위반 등)로 불구속 기소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박 회장은 2009년 6월 금호그룹이 대우건설을 매각할 수밖에 없다는 사내 미공개 정보를 입수하고 자신이 보유한 금호산업 주식을 팔아 102억원 손실을 회피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금호피앤비화학과 공모해 2008년 11월부터 23차례에 걸쳐 아들에게 107억5000만원을 빌려주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박 회장에게 징역 7년과 벌금 300억원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배임·횡령액 300억여원 중 34억원만 유죄로 인정하고 손실 회피 등에 대해선 무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아들의 개인적 이익을 위해서 법인자금을 이용해 죄질이 불량하지만 아들이 대여금을 전부 변제해 실제 손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김태남 서울화인테크 사장과 공모해 원자재 공급업체들에 구매단가를 부풀려 대금을 지급하고, 공급업체들이 이를 서울화인테크에 수수료 명목으로 주도록 한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받았다.

박 회장은 선고 뒤 사내 인트라넷에 올린 글에서 “검찰이 항소하면 공방이 지속되겠지만 향후 결과도 여러분(임직원)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더 이상 과거의 굴레에 연연하지 말자”고 말했다. 이번 박 회장의 집행유예로 형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의 해묵은 경영권 갈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찬구 회장은 글에서 이번 사건을 “금호아시아나그룹과의 악연으로 비롯된 검찰의 무리한 기소”라고 규정했다. 따라서 아시아나항공의 대주주인 금호석화가 주주총회에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중인 금호산업에 대한 지원을 막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금호석화는 지난해 3월 아시아나항공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하며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하지만 2011년 시작된 법적 공방이 소강상태로 접어들면서 양측이 화해를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수민 김현길 기자 sumim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