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저성장 탈출 해법은] 세계경제 어디로… IMF “디플레, 경기회복 치명타” 경고

입력 2014-01-17 01:39


회복 기미를 보이는 세계경제에 잇따라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물가 수준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위험이 세계경제에 커다란 악재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제 기초체력이 취약해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이후 피해를 보는 나라들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라가르드, “디플레이션이 경기 회복에 치명타”=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미국 워싱턴DC 외신기자클럽 연설에서 “상당수 국가의 물가상승률이 중앙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치를 밑돌고 있다”며 “디플레이션 위험이 커져 경기 회복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 전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지난해 말부터 세계경제가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성장세가 미약하다”며 “인플레이션이 지니(램프의 요정)라면 디플레이션은 단호히 맞서 싸워야 할 오거(괴물)”라고 강조했다.

IMF 총재가 디플레이션을 직접 언급하면서까지 경고한 이유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저물가 현상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1.2%로 연방준비제도(Fed) 목표치인 2%보다 낮았고, 유럽도 지난해 12월 물가상승률이 0.8%에 불과해 유럽중앙은행(ECB)의 목표치 2%를 밑돌고 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최근 라가르드 총재는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것이라고 했다”며 “디플레이션을 언급한 것은 통화정책이 양적완화 기조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IMF는 다음주 세계경제 성장률 수정 전망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양적완화 축소에 타격 입는 신흥국 늘어날 듯=해외 자금을 끌어들여 경기를 부양해 왔던 신흥국들은 미국 양적완화 축소 이후 타격이 불가피하다. FT는 단기 외채와 경상수지 적자액 합계 대비 외환보유액을 비교한 결과 브라질 인도네시아 인도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프래자일 파이브(Fragile Five·5대 취약국)’ 외에 헝가리 칠레 폴란드도 양적완화 축소에 취약할 것으로 내다봤다. 프래자일 파이브는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쌍둥이 적자(경상수지 적자와 재정 적자)를 기준으로 양적완화 축소에 가장 많은 영향을 입을 것으로 본 나라들이다. FT는 헝가리 칠레 폴란드는 외부 자금조달 의존도가 커 양적완화 이후 자금 유출의 영향권에 들 것으로 봤다.

이 때문에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양적완화 이후 신흥국발 금융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세계은행은 보고서에서 향후 급격한 양적완화 축소로 신흥국으로의 자금 유입이 수개월간 최대 80% 급감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안남기 국제금융센터 연구위원은 “신흥국들이 지난해 한 차례 위기를 겪었기 때문에 학습효과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미국의 경기 호조가 급격한 양적완화 축소로 이어지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