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수정 추기경 첫 기자간담회 “사제들 편가르기 안돼… 세계교회와 소통 노력”
입력 2014-01-17 03:01
염수정 추기경은 16일 “사제들은 희생자들의 아픔을 같이해야 하며, 편 가르기는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이날 서울 중구 명동2가 서울대교구장 집무실에서 추기경 서임 직후 첫 공식 간담회를 갖고 논란이 됐던 ‘사제들의 정치 참여 금지’ 발언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염 추기경은 “당시 발언은 국정원 대선개입 문제를 말한 것이 아니라 연평도 사건에 대한 언급이었다”며 “당시 희생된 분들이 있기 때문에 그분들의 아픔을 같이해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신부들이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을 비판하며 대통령 사퇴 촉구 미사를 드린 직후 “교회는 사제들의 정치적 개입을 금지하고 있다”고 말해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그는 “그렇게 이야기를 해야 서로 콘트라스트(대조)가 되니까 언론이 그렇게 (해석)하는 거지, 나는 그런 걸 원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당시 사제들의 발언을 정치 개입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염 추기경은 “해석은 기자가 할 일”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염 추기경은 다소 보수적인 성향으로, 이 때문에 서임 직후 진보적인 가톨릭 신자 모임이 서임 반대 서명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며 “가정에서도 그렇고 다 (생각이) 똑같을 수는 없다”고 답했다.
그는 “하느님 앞에서 네 편 내 편이 어디 있느냐”며 화해와 일치를 재차 강조했다. 서임 직후 열린 축하식에서도 “흩어진 양떼를 모으겠다”며 갈등과 분열, 치유와 화해에 이바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구체적인 계획을 묻자 염 추기경은 “남한테 자꾸 이야기하기보다는 내가, 나부터 죽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그는 “남한테 그렇게 살라면서 넌 왜 그렇게 안 사느냐, 너나 잘 살라고 말하지 않겠느냐”며 “자꾸 뭔가 말하기보다 내가 그렇게 사는 모습을, 본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특히 “모든 사람은 선의를 갖고 있다”며 “절대자 하느님을 부정하면 더 인간다워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하느님을 부정할수록 오히려 가정 안에서도 아내와 아이들한테 폭력적으로 되고 괴물로 변한다”며 하느님 안에서의 삶을 강조했다.
정진석 추기경과의 역할 분담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각자 하느님의 사업과 복음, 믿음의 생활에 충실하면 분열이 아니라 일치하게 돼 있다”고 답했다. 그는 “착한 목자이신 예수님을 따라 살고 싶다”며 “추기경이란 말도 돌쩌귀, 서로 연결시켜준다는 뜻이니까 한국교회는 물론 세계교회와도 잘 연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순교자 집안에서 태어난 염 추기경은 두 동생까지 삼형제가 사제의 길을 걷고 있다. 5대째 천주교 집안으로, 사상 최초의 삼형제 사제 가문이다. 그는 “1981년 막내 동생까지 사제가 된 날 식사 중에 어머니가 ‘하느님이 내 소원을 다 들어주셨다’고 하시더라”며 “나를 잉태한 때부터 사제되기를 바라셨다는 말씀을 38년 만에 해 주셨다”고 소개했다. 그는 “내가 혼자 사는 게 아니구나, 잘난 맛에 사는 줄 알지만 그게 아니고 옆에서 도와주고 기도해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란 걸 느낀다”고 덧붙였다.
염 추기경은 19일 노숙자 등이 새 삶을 준비하는 서울시립 은평의마을에서 주일 미사를 집전하는 것으로 대외 활동을 시작한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