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저성장 탈출 해법은] 고비 넘긴 세계경제…고비 맞은 한국경제
입력 2014-01-17 02:31
‘유례없는 세계경제 침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책 당국 책임자들의 경제상황 설명 때 어김없이 등장했던 이 말이 이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제가 변곡점을 지나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우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경제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일부에선 한국경제가 세계경제 추세를 쫓아가지 못하는 ‘디커플링(탈동조화)’ 우려도 제기한다. 환율·가계부채 등 곳곳에 복병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은 15일(현지시간) “글로벌 금융위기 후 5년 만에 세계경제가 마침내 고비를 넘겼다”며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3.2%로 올렸다.
카우식 바수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올해에는 선진국도 세계경제 성장의 엔진 역할을 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경제의 성장세가 가팔라지고 부진했던 유럽경제가 예상 외로 선전하자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도 이달 중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올리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그러나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아시아 주요국 중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모건스탠리, JP모건, 골드만삭스 등 10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한국의 지난해 실질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평균 2.8%로 아시아 주요 10개국 가운데 9위에 그칠 것으로 추산했다.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은 3.8%로 중국(7.5%) 필리핀(6.3%) 인도(5.4%) 인도네시아(5.2%) 말레이시아(5.0%) 태국(4.1%)에 이은 7위권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HSBC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3.2%로 예상하면서 “북한 리스크,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 정책, 미국의 재정 및 통화정책 등이 한국경제에 있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각종 위협 요소로 인해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완만한 세계경제 성장세에 따른 수혜가 반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은 16일 “선진국 경기 회복이 수출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우리나라와 수출 구조가 유사한 일본의 엔저 심화로 세계경제 성장만큼의 혜택을 보지 못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있는 중국의 위안화 강세 역시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요소로 꼽힌다. 한국과 중국은 경쟁이 아닌 동업 구조로 위안화 강세가 한국 제품의 생산 비용을 높여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금리 상승 가능성도 1000조원대 부채를 안고 있는 가계 경제와 한계상황에 직면한 저신용 기업들에 부담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막 마이너스를 탈출한 민간의 투자와 소비에 불을 지피는 것이 세계경제 회복세와의 디커플링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은 “소득 증가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위축되는 현상이 지속되면 해외 경기 개선을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세계경제 회복세와의 동조화 여부는 결국 투자와 소비 촉진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