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de&deep] 소득탈루 막겠다고?… 현금영수증 포상금制 무원칙
입력 2014-01-17 01:35 수정 2014-01-17 15:28
멀고 먼 지하경제 양성화
정부는 올해 지하경제 양성화로 4조7000억원의 세수를 더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지하경제의 주범은 과세당국이 포착하기 힘든 현금거래다. 정부는 현금영수증 제도 강화로 전문직 등의 소득 탈루를 막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의 확고한 의지와 달리 현금영수증 미발급 신고 제도는 세정 현장에서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동일인이 신고한 4건 처리결과는 제각각=최근 시아버지 상을 당한 A씨는 장례비용으로 현금만을 요구하는 업체 4곳에 1056만원을 냈다. A씨는 4개 업체에 모두 현금영수증을 요구했지만 2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현금영수증을 발급받지 못했다. A씨는 국세청 홈페이지를 통해 4건의 미발급 신고를 했다. 그러나 4건의 신고결과는 사건을 담당하는 세무서와 담당자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다. 530만원을 전액 현금 요구한 상조업체는 현금영수증을 한 푼도 발급해주지 않았지만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신고가 들어와도 2차례까지는 봐준다는 게 담당자의 설명이었다. 반면 400만원 비용 중 절반인 200만원만 현금영수증을 발행해준 병원 장례식장은 첫 적발인데도 과태료가 부과되고 A씨에게 40만원의 포상금이 지급됐다.
나머지 2건 역시 두 업체 똑같이 은행계좌에 입금을 받고도 약속과 달리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았지만 1건만 포상금 대상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신고해도 못 받아먹는 국세청=현금영수증 포상금 제도는 2005년부터 시행됐다. 전문직종 등 의무발급업종인데도 현금영수증을 소비자에게 발급하지 않을 경우 국세청은 해당 업체에 미발급 금액의 50%를 과태료로 부과하고 이중 20%는 신고자에게 포상금을 지급한다. 의무발급 대상이 아닌 업체라도 업체는 누락된 세금에 더해 5%의 가산세를 내야 하고 소비자는 미발급 금액 중 20%를 포상금으로 받는다. 포상금은 건당 50만원 이하로 제한됐지만 신고를 당한 업체는 수십, 수백 건의 미신고 거래가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정부 입장에서는 포상금을 지급해도 남는 장사인 셈이다.
A씨의 경우 4건 모두 과태료와 가산세를 부과했다면 정부는 신고가액 856만원 중 절반인 약 400만원의 지하경제 양성화 소득을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실제 정부 소득은 100만원 정도였다. 실제 2012년 한해 1만411건의 신고 중 포상금이 지급된 것은 2266건에 불과했다. 국세청은 주로 신고착오에 인한 미지급이라고 하지만 일선 세무서의 소극적 대처도 한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일선 현장에서 현금영수증 신고는 가욋일=국세청 관계자는 16일 “A씨의 사례는 극히 예외적인 일일 것”이라며 “내부 지침상 행정지도로 과태료가 부과되지 않아도 포상금은 지급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달랐다. 세무서 관계자는 “과태료나 가산세가 업체에 부과돼야 포상금이 지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금까지 줄곧 그 원칙을 지켜왔다”고 말했다.
한 해 평균 1만 건의 관련 신고가 들어오지만 일선 세무서에서는 전담부서가 없다 보니 그때그때 조사관이 다르고 일관된 잣대를 들이대기가 어렵다고 호소한다. 또 자신의 본업무가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일종의 가욋일이 되다 보니 신고 사건을 배당받은 조사관은 시간을 뺏기는 현장조사를 나가기보다는 책상에 앉아 행정지도를 하는 소극적 대처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고 10건 중 8건 이상이 국세청 홈페이지를 통해 들어오지만 신고 방법 또한 불편하다. 홈페이지내 소비자 카테고리 큰 제목은 ‘카드신청-미발급 신고-부가서비스’ 등으로 돼 있다. 당연히 신고자는 미발급 신고를 클릭해 신고서를 작성하지만 이 난은 44개 의무발행업종의 미발급에 대한 신고 양식이다. 250만개 현금영수증 발행업체 중 202만개에 달하는 일반 업체에서 발급을 거부했을 때는 부가서비스 큰 제목 내에 숨어있는 ‘발급거부’ 신고양식에 맞춰 써야 한다. 정부는 올해부터 현금영수증 의무발행업종을 기존 34개에서 44개로 늘렸고 7월부터는 의무발급 기준도 30만원에서 10만원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제도라도 운영의 묘를 살리지 못한다면 현금영수증 제도를 통한 지하경제 양성화는 빛을 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