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도 외면한 돈, 상가 권리금 해부-기고] 임차상인 영업 보호로 권리금 이젠 해결해야

입력 2014-01-17 01:34


지난 14일 국회에서 권리금 피해사례 발표회가 있었다. 한 상인이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점포에서 쫓겨나게 된 억울함을 눈물로 호소했다. 목숨을 끊을 생각까지 했다고 한다.

상인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점포 임대차와 관련해 상인의 ‘영업’이 가치 있는 재산으로 보호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영업’이란 무엇인가.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영업 목적에 의하여 조직화된 유기적 일체로서의 기능적 재산’을 영업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서 상인이 장사하기 위해 일궈놓은 모든 것을 ‘영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장사를 하려면 고객이 필요하고 점포도 빌려야 한다. 설비도 필요하고 거래처도 확보해야 한다. 노하우도 필요하고 명성도 필요하다. 상호도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을 합해 영업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점포 임차인의 영업이 보호되지 않는 이유는 임대인이 임대차 계약의 갱신 여부를 임의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대차 기간 종료 후에 임대인이 갱신해준다면 다행스럽게도 임차인의 영업이라는 재산은 존속하게 된다. 하지만 임대인이 갱신을 거절한다면 이 재산의 가치는 상당 부분 소멸한다. 상인의 소중한 재산이 임대인의 마음에 달려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임차인은 임대인의 요구에 무조건 따를 수밖에 없다. 그것이 싫다면 영업이라는 재산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차인의 영업을 보호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임대인이 갱신을 거절하는 경우 임차인에게 소멸하는 영업에 합당한 보상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영업에 대한 보상을 해줘야 하는가. 그 이유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대신 다음과 같은 경우를 생각해보자. A는 건물을 지어 소유하기 위해 10년 기간으로 B의 토지를 임차했다. 그런데 10년이 경과했지만 아직 A의 건물이 남아 있다. B가 토지 임대차 계약을 갱신해준다면 다행스럽게 A는 건물을 계속 소유할 수 있다. 하지만 B가 갱신을 거절한다면?

얼핏 생각하면 임대차 기간이 끝났으니 A는 건물을 철거해 토지를 B에게 돌려줘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 경우 우리 민법 643조는 B에게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게 했다. B는 A의 건물을 사줘야 한다. 만약 건물을 사기 싫다면 임대차 계약을 갱신해줘야 한다. 이 규정은 임차인 보호를 위한 것이며, 이 규정에 대한 비판이나 위헌 논란은 찾아볼 수 없다. 실제로 영국이나 프랑스에선 점포 임대인이 계약 갱신을 원하지 않으면 임차인에게 영업보상을 해줘야 하는데,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은 우리 민법 643조에 대한 설명과 아주 비슷하다.

영업 보호를 통해 권리금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밖에도 임대인에게 피해주지 않는 범위에서 임차인이 임차권을 자유롭게 양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임차인이 임차권이 포함된 영업을 처분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처분할 수 없다면 재산이 갖는 가치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공익사업이나 정비사업의 경우에도 권리금 문제가 발생하는데, 그나마 이 경우에는 임차인이 휴업보상이라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그 보상 수준이 너무 낮다는 점이다. 일본은 공익사업의 경우에 단골고객 감소에 대한 보상을 해준다. 영국은 임차인이 입증만 한다면 제한 없이 영업에 대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

국회에서 권리금 보호 또는 영업 보호에 관한 법제화 논의가 무르익고 있다. 임차인이 권리금 고통을 호소하는 것은 꼭 임대인이 나쁘기 때문은 아니다. 임차인의 영업이 재산적으로 보호돼야 한다는 점을 법이 명확히 해주지 않았고, 이를 보호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 않으며, 임대인과 임차인의 이해관계 균형을 맞춰주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점포 소유자와 임차인이 적대하지 않고 상생할 수 있도록 법이 그 길을 열어줄 때다.

김영두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