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한국의 문화유산] 백동촛대에 녹인 옛 장인들의 솜씨

입력 2014-01-17 01:34


백동장 조성준(69)씨는 40년간 골동품을 수리해 왔다. 아버지 조금산씨도 뛰어난 목형기술자였고, 형 한준씨와 동생 희준씨도 고난도 수리에 정통했다. 통인가게 김명환 사장은 힘든 수리를 이들 3형제에게 맡겼다. 조성준씨의 친구와 스승은 부서지고 파괴된 골동품이었다. 국보 42호 목조삼존불감의 경첩도 옛 장인의 실물에서 익힌 솜씨로 수리했다.

“70년대 초 백동상자를 해부하면서 전율했지요. 망치로 백동을 두들겨 접고 연결하며 틀어서 모양내는 족임질법을 처음 봤습니다. 기록에는 없지만 옛 장인의 정밀한 솜씨가 생생했지요. 그런 작품을 꼭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3년의 구상과 8개월 제작을 거쳐 진통 끝에 육각백동촛대를 완성했다. 육각의 바람판과 촛농 받침대가 배흘림기둥과 조화를 이룬 이 작품은 2011년 전승공예대전 대통령상을 받았다.

백동을 예술적으로 성형하고 다듬는 작품은 잘 하지 않는다. 단단한 소재라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주물로 만들면 쉽게 형태가 나온다. “남이 안 하고 어려워서 더 매달렸지요.” 그는 몸으로 터득한 기법들을 서울대 학생들에게 전수해 왔다. 미술대 디자인학부에서 2011년까지 8년 동안 전통금속공예 강의를 맡았다. “이젠 작품을 위해 강의를 그만뒀어요.” 외국에서도 그의 작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오는 6월에는 호주의 시드니대학에서 전시회와 워크숍을 갖는다.

최성자 (문화재청 문화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