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국제대회와 수익성

입력 2014-01-17 01:34

정치인은 한탕주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뛰는 무대가 중앙이든, 지방이든 별반 다르지 않다. 유혹은 참을 수 없는 충동으로 치닫고, 제어하지 못한 충동은 이벤트 강행으로 이어진다. 지방자치단체장의 국제대회 유치가 딱 이런 식이다.

국제대회가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한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자체가 사업비 조달 가능성과 수익성을 따져보지 않고 질러 놓고는 염치도 없이 중앙정부에 손을 벌린다. 유치가 확정된 굵직굵직한 국제대회의 인프라가 행사를 치르고 나면 애물단지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파다하다.

전남도의 ‘포뮬러원(F1) 코리아 그랑프리’(F1대회)는 재정 측면에서 완전히 실패작이다. 민자 유치가 여의치 않자 전남도가 중앙정부에 손을 내밀었고, 중앙정부가 재정을 투입한 것이다. 네 차례 F1대회를 치르면서 누적 적자만 2000억원에 육박했다. 재정이 거덜 난 인천시가 아시안게임을 유치한 것도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는 형국이다. 인천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면서 민간투자, 지자체 재정, 국비 지원 사업으로 전주(錢主)가 바뀌었다.

내년 광주와 경북 문경에서 각각 열리는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와 세계군인체육대회에도 적잖은 국고가 투입된다. 국민 관심 속에 치러질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은 대회 이후 시설 활용과 관광활성화 방안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13일 지자체의 무분별한 국제대회 유치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국제경기대회지원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이 법안은 국고 지원 20억원 이상, 총사업비 100억원 이상인 국제경기대회 유치 신청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승인하려면 국회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의무화했다. 김 의원은 “지자체가 정확한 효과 분석, 재정 여건, 사후 활용계획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고 경쟁적으로 국제경기대회를 유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김 의원의 개정안이 지방자치제도의 정신과 근간을 훼손할 수 있다고 비판한다. 전혀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자치단체장의 방만한 지자체 운영과 적자 누적을 마냥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 지자체 파산이 국가 재정 위기의 단초가 될 수도 있다.

오죽했으면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지방 파산제 검토 카드를 꺼냈겠는가. 여야 국회의원은 지역구 행사와 민원 해결에만 급급할 게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중앙정부의 국고가 화수분일 수는 없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