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 북한인권법두고 찬반 논란 가열
입력 2014-01-16 17:44
북한인권법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다음 달 임시국회에서 북한인권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그러나 대안으로 북한인권민생법안 제정을 추진하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당차원의 입법 움직임에 반대하는 민주당 내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한국교회도 예외가 아니다. 북한인권법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반면 한반도 평화와 남북 대화를 위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반대론도 높다. 북한인권법이 한국교회의 또 다른 분열요인으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북한 변화시킬 압박용 카드 필요=교계 보수단체에선 새누리당이 발의한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고 있다. 장성택 처형으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아진 만큼 이번 기회에 북한이 내부적으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압박용 카드로서 북한인권법을 반드시 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북한의 인권 침해 실상을 알리고, 인도적 대북 지원을 할 경우에도 실제 인권 개선으로 연결되는지를 감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한정의연대 대표 정베드로 목사는 “전 세계에 북한 인권 상황을 알리고 북한을 압박시켜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북한인권법을 반드시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독교사회책임, 기독교싱크탱크, 기독북한인연합, 북한정의연대 등 60여개 교계 및 시민사회 단체들은 16일 서울 무교로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올바른 북한법을 위한 시민모임’을 출범시켰다.
이들은 “북한인권법에는 북한인권 침례사례를 수집·가록 보존하는 기록보존서와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민관 합동 컨트롤타워 설치, 북한 인권 관련 민간단체 활동 지원 등을 핵심 내용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요구했다.
◇다양한 대화채널 통한 신뢰구축이 먼저=교계 진보 진영에선 북한인권법 제정보다는 남북 대화를 통해 신뢰를 쌓는 게 급선무라고 본다. 남북이산가족상봉이나 개성공단 정상화 등 대화로 풀어야 할 문제가 많은데 북한인권법을 제정하면 남북관계는 더욱 경색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한미군사훈련을 앞두고 ‘남북관계의 파국’을 언급하며 발언 수위를 계속 높이는 상황에서 법 제정은 악수가 될 수 있다는 것. 15일 새누리당 황 대표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를 찾아 신년인사를 나누는 자리에서 김영주 NCCK 총무는 “북한의 정치 체제에 관여하는 근거를 남기는 것은 좀 생각해 봐야한다”며 북한인권법 제정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북한인권법이 북한 주민들의 인권개선보다는 탈북지원단체 등 보수시민사회단체를 지원하는 법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조헌정 NCCK 화해통일위원장은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북한인권법을 통해 실제 인권 상황이 개선될지 의문”이라며 “당국자뿐 아니라 종교인 경제인 등의 민간 교류와 대화를 먼저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나님의 차별 없는 사랑에 초점을 맞춰야=전문가들은 정치권이나 시민사회단체와 달리 한국교회는 하나님의 인류애라는 보편적 가치관을 통해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나님 앞에서 정치적 성향을 내려놓고 북한 주민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교회 전체가 북한 복음화에는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만큼 북한 선교 차원에서 접근할 경우 보수와 진보간의 시각차를 좁혀나갈 수 있다는 얘기다.
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이데올로기를 떠나 신앙을 중심으로 이 문제에 접근하면 대안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일환 보훈교육연구원장은 “하나님 앞에서는 남쪽과 북쪽 사람들 모두 평등하고 동등한 존재”라며 “보수와 진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내려놓고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서로 협력할 부분과 고쳐야 할 부분을 짚어나가면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영대 김경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