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 속의 그가 살아서 자주독립전쟁을 일으켰다면… 김종광 역사소설 ‘왕자 이우’
입력 2014-01-17 01:36
1945년 8월 6일 원자폭탄이 투하된 히로시마에 일본 군복을 입은 한 조선인 남자가 쓰러져 있었다. 조국의 군복을 간절히 입고 싶어 했던 그의 이름은 이우. 그는 고종의 5남 의친왕 이강의 아들로 태어나 흥선대원군의 장손 이준용이 사망하자 양자로 입적되어 운현궁의 네 번째 주인이 되었지만 8월 7일 니노시마 해군병원에서 눈을 감았다. 불과 33세였다. 황적에 오른 조선 왕족 중 유일하게 조선여자와 혼인했고 황실에서 ‘운현궁 오라버니’로 불렸던 이우의 일대기가 소설가 김종광(43·사진)에 의해 장편역사소설 ‘왕자 이우’(다산책방)로 복원됐다.
소설은 ‘이우 실록’과 ‘이우 외전’으로 나뉜다. ‘이우 실록’이 일제강점기의 신문과 각종 문헌에 기록된 단편적인 사실에 근거해 이우의 생애를 복원한 팩션이라면 ‘이우 외전’은 이우가 일본에서 죽지 않고 조선으로 살아 돌아와 대한대중공화국 정부를 구성하고 자주독립전쟁을 일으킨다는 일종의 구전설화을 소설화한 것이다. 사실 해방 직후 민중들 사이에는 이우가 살아서 독립운동을 했었으면 하는 가정법의 설화가 일파만파로 퍼져나간다. 하지만 그것을 증명할 자료는 전무하다.
김종광의 뚝심은 바로 이 지점에서 드러난다. 이우가 자주독립전쟁을 일으켜 자유평등국가를 건설한다는 이야기를 특유의 입담으로 능숙하게 되살려내 비극과 아쉬움으로 점철된 우리 근대사를 위트 있게 봉합하고 있는 것. “이우가 깨어났다는 연락을 받고 급히 달려온 조막개는 펑펑 울었다. 임꺽정처럼 생긴 자가 흘리는 눈물인지라 방바닥이 금세 흥건해졌다. (중략) 이우는 조막개의 두 손을 맞잡고는 신신당부했다. ‘일본 일은 자네만 믿겠네. 연통을 돌려 모든 조선인들에게 해방의 날이 임박했음을 알리게. 한 도시가 그렇게 되었는데도 항복하지 않는다면 일본 천황과 군부는 정말 인간이 아니네.”(297쪽)
김종광은 “이 소설이 역사 속에 망각된 이우 왕자의 생애가 발굴되고 조명되는 데 약간의 도움이라도 되기를 바란다”면서 “거의 모든 에피소드는 전적으로 꾸며낸 것이니 역사적 사실로 오해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