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약점으로 승리하는 역발상… 거인과 맞서라
입력 2014-01-17 01:31
다윗과 골리앗/말콤 글래드웰/21세기 북스
‘티핑 포인트’, ‘아웃라이어’ ‘블링크’ 등의 저서로 새로운 경영 개념을 제시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작가의 최신작이다. 지난해 9월 미국에서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아마존 베스트셀러 순위에 이름을 올린 뒤 지금까지 상위권에 머물고 있다. 미국에서 나온 지 곧바로 영국에서 책을 번역 출간한 펭귄출판사가 10월 말 런던에서 개최한 저자 특강에 2000여명이 몰렸을 정도로 독자들의 관심은 뜨겁다. 국내에서도 번역 출간을 기다리는 독자들이 적지 않았다.
이번 책에서 저자의 시선은 ‘강자를 이기는 약자들’에게로 향한다. 먼저 누구나 알고 있는 성경 속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를 보자. 이스라엘의 양치기 소년 다윗이 키가 2m가 넘는 블레셋 거인 골리앗을 물매로 쓰러뜨렸다는 얘기는 약자가 강자를 이긴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당시 다윗을 만류했던 사울 왕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육체적인 완력의 관점에서 힘을 생각해 다윗은 약자, 골리앗은 강자로 여기기 때문이다.
저자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성경에 기록된 다윗과 골리앗의 대화와 여러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사안을 달리 본다. 덩치나 육체적 완력 같은 기존 관점 대신 속도와 기습으로 힘을 대체할 수 있다고 발상의 전환을 해보자는 것이다.
당시 골리앗은 기존의 일대일 결투 관행에 따라 갑옷으로 적의 공격을 막으면서 창으로 일격을 노리는, 근접 전투에 대비하고 있었다. 거구에 무게가 45㎏이 넘는 갑옷을 입은 골리앗이 택할 수밖에 없는 전략이다. 다윗은 처음부터 그렇게 싸울 생각이 없었다. 골리앗이 중보병이었다면 다윗은 투석병이었다. 그는 투석병의 이점을 살리기 위해 골리앗에게 다가가는 대신 멀리 떨어져 물매를 날린다. 이스라엘 방위군 소속 탄도학 전문가 에이탄 허시는 “전문 투석병이 35m 떨어진 거리에서 보통 크기의 돌을 날릴 경우, 시속 122.4㎞로 상대방을 맞출 수 있다”고 설명한다. 더구나 많은 의학 전문가들은 성경에 나온 묘사를 토대로 골리앗이 말단비대증을 앓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다윗에게 계속 “내게로 오라”고 재촉했던 것으로 미뤄 말단비대증에 따른 합병증으로 골리앗은 시력이 나빴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당시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의 거대한 몸집을 보고 떨었지만, 결과적으로 공포를 느끼게 한 거구야말로 최대 약점의 원천으로 작용했던 셈이다. 저자는 “모든 종류의 거인과 맞서는 전투에서 필요하고 중요한 교훈이 여기 있다”며 “강력하고 힘센 것들이 언제나 겉보기와 같지는 않다”고 말한다.
저자는 역사 속 전투, 문화, 스포츠 등 분야를 넘나들며 ‘치명적 약점이 성공 요인으로 작용한’ 사례를 소개한다. ‘아라비아의 로렌스’로 유명한 T.E. 로렌스 장군은 오합지졸 베두인족 부대를 이끌고 가까운 길을 두고 사막을 가로지르는, 즉 허를 찌르는 작전을 통해 강력한 터키군을 물리쳤다. 비벡 라나디베 코치가 이끈 농구팀은 ‘풀 코트 프레스’ 전법으로 여고생 선수들의 작은 키와 개인기 부족을 극복했다. 난독증으로 읽지도 쓰지도 못하던 소년 데이비드 보이스는 시력의 문제를 청각으로 극복함으로써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 반(反)독점 소송에서 정부측 변호사로 나설 수 있었다.
저자는 이렇듯 분명히 존재하는 ‘바람직한 역경’을 소개하며, 역경이 어떻게 약자들을 변화시키는지 보여준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가치 있다고 여기는 많은 것들은 이런 식으로 (한 쪽이)일방적 우위를 점한 충돌 속에서 나온다. 압도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맞서는 행동이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당연하게 생각하는 현상을 뒤집어보며 역발상을 하는 저자의 통찰력은 신작에서도 빛을 발한다. 미국 사회의 전형적 사례들이 많지만, ‘갑을 관계’가 새삼 이슈로 떠오른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선대인 옮김.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