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정 상가임대차보호법 다시 바꿔라

입력 2014-01-17 01:40

새해부터 개정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시행 중이다. 개정법의 골자는 법 적용기준인 환산보증금 상한을 높이고 계약갱신요구권의 범위를 넓혀서 보호 대상을 확대하는 데 있다. 하지만 개정법은 여전히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개정법 시행 이전에 빚어진 임차인 피해는 구제할 수 없으며 월세 인상률 상한 9%를 환산보증금 기준 이하에만 적용함으로써 사실상 임대료 폭탄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일보가 보도한 5회 연속시리즈 ‘법도 외면한 돈, 상가 권리금’도 바로 개정법에 대한 문제제기에서 출발했다. 현행 상가 임대차거래의 문제는 직접 경제활동을 하는 임차인이 아니라 임대인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장사가 좀 된다 싶으면 임대인은 월세·보증금을 올리거나 계약을 임의로 해지해 임차인의 권리금을 가로채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상적인 영업활동과 시장경제 원리에 입각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임대인이라는 갑의 지위에서 을인 임차인을 윽박질러 이득을 탐하는 행태는 전형적인 ‘지대추구형 경제(rent-seeking economy)’의 모습이다. 가위 불로소득이라 할 수 있는 부풀려진 지대를 추구하는 사회에서는 편법·위법행위가 만연할 수밖에 없으며 지하경제 확산까지 조장한다. 개정법이 임차인의 영업권을 보장하는 쪽으로 거듭 개정돼야 하는 이유다.

임차인의 영업권은 한 곳에서 중장기적으로 영업이 이뤄질 때 비로소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개정법은 종전대로 5년 동안의 계약갱신요구권을 보장하고 있으나 계약갱신은 무기한 보장돼야 맞다. 이뿐 아니라 무기한의 계약갱신요구권이 인정되더라도 월세 인상률 상한선 9% 적용을 환산보증금 상한기준 이하의 임대차계약에만 한정하면 임차인은 월세 인상 부담 때문에 떼밀려날 수밖에 없다. 월세 및 보증금 인상 상한기준을 모든 임차계약에 적용하도록 개정법을 바꿔야 한다.

상가 권리금에 대해서도 법적 시민권을 부여할 때가 됐다. 상가 권리금은 임차인의 영업행위에 의해 마련된 무형의 가치라는 점에서 당연히 보호돼야 할 대상이다. 구 임차인과 신 임차인 사이에서 권리금을 주고받는 내용의 계약서를 차제에 해당 관청에 등록하도록 의무화함으로써 상가 권리금의 존재를 법적으로 논의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권리금 계약의 등록의무화로 인해 차액에 대한 소득세 부담은 있겠지만 권리 자체를 법적으로 인정받는다는 점에서 충분히 고려돼야 할 사안이다. 2009년 빚어졌던 용산 참사도 권리금을 날리게 된 임차인들의 불만이 근본 배경이었다. 임차인 우대는 곧 경제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며 지대추구형 경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이점도 얻을 수 있다. 거듭 강조하건대 개정법은 재개정돼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