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동생산성 높여야 한국경제 비상할 수 있다

입력 2014-01-17 01:34

우리나라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국가부도 위기를 겪은 그리스나 구제금융을 간신히 피한 슬로베니아보다 못한 30위라는 미국 콘퍼런스보드 조사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32.3달러로 3위를 기록한 미국(67.3달러)의 48%에 불과했다. 근로자 1인당 노동생산성 증가율도 3년 연속 세계 평균의 절반에 그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오래 일하면서도 생산성은 꼴찌 수준이니 한심하다.

노동생산성이 낮다는 것은 효율적인 노동 투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차가 울산공장에서 자동차 1대를 조립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5시간이다. 반면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선 15.4시간, 체코 공장에서는 16.2시간 만에 현대차 1대가 뚝딱 만들어진다. 일본 닛산은 18.7시간이 걸리고 미국 포드와 GM사는 각각 20.6시간과 21.9시간이 소요된다. 현대차 사례는 고비용·저효율에 발목 잡혀 저성장 늪에서 허덕이는 우리나라 경제의 현실을 웅변한다.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주목받았던 우리나라는 지난해 성장률이 아시아 10개국 중 9위로 곤두박질쳤다. 선진국은 공세적인 제조업 부흥 정책으로 경기가 살아나는데 못 따라가고 있고, 신흥국은 기술격차를 좁히며 추격해오는데 우리만 낙오될 위기에 놓였다. 꽉 막힌 사면초가에서 빠져나가기 위해서도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게 필수다.

우리나라 노동생산성을 끌어내리는 주범은 서비스산업이다. 음식점, 숙박, 도·소매업 등 저부가가치 자영업에만 고용이 몰려 있고 의료·금융·법률 등 고부가가치 산업은 규제로 묶어 낙후돼 있다. 과감한 규제 완화와 개방을 통해 서비스산업을 키워야 노동생산성이 올라가고, 한국경제도 저성장 늪을 벗어나 다시 비상할 수 있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한 끊임없는 기술 혁신이 이뤄져야 함은 물론이다. 정년 연장,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확대 등으로 기업 비용이 늘어나고 있어 노동 유연성을 높이는 일도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